자동차 전장부품에 삼성그룹과 LG그룹, SK그룹 등 국내 최대 대기업들이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효과로 시너지를 내며 가장 빠르게 앞서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LG그룹과 SK그룹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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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전장부품사업에 뛰어든 한국기업들의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자율주행차시장의 선점을 노려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는 최근 인공지능을 적용한 자율주행반도체를 선보였고 애플은 자체개발한 자율주행차의 시범운행에 나섰다.
하지만 고 연구원은 “애플 등 거대 IT기업이 향후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며 “기업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 관련사업에 접근하고 있어 한국기업도 충분히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전장부품업체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꼽혔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만은 전 세계 35개 완성차고객사와 전장부품 개발에 협력하며 관련한 기술특허도 수천 건 이상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통신기술 등을 하만에 공급해 전장부품의 경쟁력을 높이며 글로벌 유통망도 넓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전 세계의 전장부품 관련 신생기업에 잇따라 투자하며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추가로 인수합병이 이어져 기술개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유력하게 나온다.
삼성SDI는 전기차배터리를, 삼성전기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센서와 카메라 등을 생산하며 자동차 관련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의 전장부품사업이 본격화되면 반사이익을 볼 공산이 크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와 LG화학,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의 전장부품과 전기차배터리를 GM 등 고객사에 솔루션 형태로 공급하며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고 연구원은 “LG그룹의 자동차 부품사업은 전기차배터리에 너무 치우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자율주행과 스마트카 관련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전장부품과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고객사 기반확대를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경험이 전장부품 전문업체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연구원은 LG그룹의 자동차부품사업분야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는 중국업체와 겹치는 부분도 많아 미래 경쟁에 대비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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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이 개발중인 자율주행기술. |
SK그룹은 이전부터 SK렌터카와 SK이노베이션의 주유소, 전기차배터리 등 직접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어 전장부품사업 진출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자율주행의 핵심으로 꼽히는 SK텔레콤의 초고속 통신기술과 지도정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등을 두루 갖춰 그룹차원의 시너지효과도 충분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고 연구원은 SK그룹의 통신망과 지도기술 등이 모두 국내에 한정된 분야기 때문에 향후 해외사업 진출 등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SK그룹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업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럽의 5G통신 연합에 가입했고 엔비디아와 자율주행분야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글로벌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실패확률을 낮추고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