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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가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에 참여한 뒤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만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승계의 자금줄로 꼽히는 곳이다.
정 부회장은 승계를 위해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지분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한전부지 인수 이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 등 계열사 3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면서 정 부회장은 넉넉한 승계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한전부지 개발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면서 정 부회장 승계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주주다.
◆ ‘정의선 주’ 현대글로비스, 한전부지 쇼크 속 상승세
26일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주가는 현재 한전부지 낙찰소식이 전해지기 전날인 지난 17일과 비교해 각각 14%, 9%, 10% 가량 떨어진 18만7천 원, 25만5천 원, 5만3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같은 기간 30만5500원에서 32만3천 원으로 6% 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도 3조6500억 원에서 3조8600억 원으로 약 2100억 원 증가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지분(1.74%) 가치가 같은 기간 400억 원 가량 감소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 부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한전부지 낙찰 이후 크게 오른 셈이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우선주 298주)은 미미한 수준이고 현대모비스 주식은 단 한 주도 소유하고 있지 않아 두 계열사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은 없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다. 정 부회장이 그룹 승계를 위해서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한전부지 낙찰 이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주가가 떨어지고 정 부회장의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가 주가가 상승하면서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주가 하락하는 동안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뛰는 것은 정 부회장 승계를 염두에 둔 주가 움직임”이라며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계열사 지분을 손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 몸값 치솟는 현대엔지니어링
정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도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수혜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 부회장 승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해 현대건설(38.6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11.72%)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해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데 이어 한전부지 개발에서 시공을 맡게 될 경우 또 한 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에도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공장 신축 등을 맡은 적이 있어 현대건설과 함께 한전부지 개발 시공권을 따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사여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현금화하기 위해 직접 상장하거나 상장사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로 현대건설이 꼽힌다. 두 계열사 모두 한전부지 낙찰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계열사의 합병 움직임을 업계 관계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가 한전부지를 낙찰 받으면서 건설 계열사 수혜가 예상된다”며 “한전부지를 인수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야심찬 계획 못지 않게 정 부회장 승계와 관련 문제들이 크게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