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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
“이번 스탠딩토론으로 확인한 것은 모든 후보가 2시간 서 있을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것뿐이다.”
20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가 끝난 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관전평이다.
2차 토론은 대선후보 토론 사상 처음으로 스탠딩토론 방식이 적용돼 후보자들은 원고도 없이 단상에 선 채 토론을 벌였다. 스탠딩토론은 미국 대선에서 쓰이는 방식으로 후보간의 자유로운 토론으로 긴박한 공방이 진행돼 면밀한 정책검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도입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국민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충분히 듣기 어려운 토론구조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다른 후보 4명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면서 단조롭고 불필요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90분간의 토론이 정책검증이 아니라 후보자들간 말꼬리 싸움의 장이 된 것이다.
각 주제별로 질문과 답변을 합쳐 9분 동안 발언할 수 있는 ‘발언총량제’도 도입돼 문 후보는 시간의 대부분을 답변하는데 사용해 질문은 몇차례 하지 못했다. 반면 일부 후보는 시간이 남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문제점은 스탠딩토론이 미국처럼 양자구도에는 적합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다자구도에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에서 사회자의 역할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토론내용이 주제와 상관없이 흘러감에도 사회자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못했다.
대선후보들도 대부분 스탠딩토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 측은 “4명의 후보가 문 후보 한 명을 놓고 집중 공격하는 이상한 구조였다”며 “한 후보에게 질문이 쏟아지는 이런 형태는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꼼짝 말고 서 있으니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말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5명이 스탠딩토론 하니까 기대보다 덜 화끈하고 방식이 이상했다”고 평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앉아서 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이 “괜찮은 형식 같다”며 스탠딩토론 방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으로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세 차례 TV토론에도 스탠딩토론과 발언총량제 방식이 적용되는데 문제점들이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백성문 변호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TV토론을 보며 전체적인 후보들의 정견들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예를 들면 ‘각 후보자가 주어진 시간 가운데 최소한 3명에게 질문을 해야 된다’와 같은 규칙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