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적용해 내놓는 ‘빅스비’ 음성서비스의 기술력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점점 늘고 있다. 초반에 사용자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발전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빅스비의 정확도를 빠르게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삼성전자가 자체 가전제품과 다른 업체의 제품까지 적용분야를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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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삼성전자 갤럭시S8은 훌륭한 스마트폰이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안전성을 증명하고 음성서비스 빅스비의 기술력을 증명해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갤럭시S8은 스마트폰 크기를 유지하며 화면을 늘린 대규모 디자인 변화로 호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국내 예약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 최고기록을 세웠고 해외에서도 갤럭시S7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8를 놓고 안전성 개선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고 음성서비스 빅스비의 지원도 5월로 늦어진 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문제는 오랜 역사를 둔 고질적 약점으로 꼽힌다”며 “빅스비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면 불완전한 제품으로 남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의 성능개선을 이유로 정식 지원을 늦춘데다 확실한 자신감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빅스비는 아직 걸음마에 불과한 단계”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공개하기 전부터 빅스비 음성서비스의 잠재력과 활용성을 강조해온 만큼 실제 기능이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더 우려해야 하는 것은 빅스비의 기능이 기대보다 뒤처져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적을 경우 기술발전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음성인식서비스는 여러 사용자들의 음성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해 정확성을 점점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사용자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애플의 음성서비스 ‘시리’는 수년전부터 축적해온 정보를 통해 가장 높은 정확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원하는 언어도 글로벌 주요 IT기업의 음성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다.
구글과 아마존, MS 등은 자체개발하는 기기가 적어 약점을 안은 만큼 다른 업체의 스마트폰에 음성서비스를 별도 앱으로 지원해 사용자수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점유율이 가장 앞서 유리한 입장에 놓였지만 아직 빅스비 지원이 확정된 제품은 갤럭시S8뿐이라 기술발전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고동진 사장은 빅스비를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확대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적용을 넓힐 계획을 내놓았다. 향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등에도 빅스비를 탑재해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시기를 놓고 봤을 때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을 제외하면 빅스비를 지원하는 가전제품이나 중저가 스마트폰은 내년 초에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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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S8의 음성서비스 '빅스비'. |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빅스비를 다른 가전업체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완전히 개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아마존의 음성서비스는 이런 전략으로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넓혀왔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빅스비를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삼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빅스비를 활용해 삼성전자 생태계 영향력 자체를 높이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면 이런 전략을 앞당기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성인식기능의 기술경쟁력을 통해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향후 스마트폰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BI인텔리전스는 “삼성전자 빅스비는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모바일사업과 시너지로 사물인터넷시장의 성장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을 포함해 외부업체까지 빅스비를 확대한다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