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회장이 토종 패션기업인 패션그룹형지를 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해 부산 상권을 노리고 있다.
최근 패션시장에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이 득세하는 흐름에 맞서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
|
|
▲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병오 회장은 패션그룹형지의 복합쇼핑몰 '아트몰링'을 부산 서부일대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트몰링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면 3년 안에 비슷한 규모의 쇼핑몰을 5~6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아트몰링은 부산 사하구에 3월 초 문을 열었는데 이날 방문객 80만 명을 돌파했다. 개장한지 3주 만이다.
아트몰링은 롯데프리미엄 아웃렛과 신세계 센텀시티점 등이 모여있는 동부산 지역을 피해 서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서부산은 기존의 문화, 쇼핑시설 등이 부족한 만큼 고객의 빠른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아트몰링의 성공 여부는 패션그룹형지의 성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그동안 잇따른 인수로 외형확장에 주력하면서 패션그룹형지는 자금상황이 악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8%다. 수익 성장을 위한 추진동력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최근 패션업계 침체와 함께 재고자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5년 말 기준 패션그룹형지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6으로 2011년 5.8에 비춰보면 재고자산이 2배가량 뛰었다.
판매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재고자산은 창고에 오랫동안 쌓여 있다는 뜻인데 유통망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경우 재고자산을 관리하는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도 유통망이 있으면 매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며 “유통망의 확보는 패션계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은 수시로 변하고 있어 단순히 패션 매출 추이만으로는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힘들어졌다”며 “이를 유통업을 통해 메우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축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아트몰링을 통해 2세 경영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트몰링의 사내이사에는 최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경영혁신팀 차장이 등재됐다. 최 차장은 그동안 형지I&C, 중국법인 등에서 근무하면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
|
|
▲ 3월3일 열린 복합쇼핑몰 아트몰링 그랜드 오픈식.<패션그룹형지> |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가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것과 달리 동생인 최준호 차장은 그동안 경영 뒷면에 있어 후계자로 부각되지 않았다. 아트몰링을 성장궤도로 올리는 것이 그의 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트몰링은 지하 8층에서 지상 17층까지 있는 100여m 높이의 복합쇼핑 공간이다.
특히 7층 CGV 멀티플랙스 영화관부터 17~18층까지 이어진 문화관 조성에 공을 들였다. 7층은 서부산의 유일한 영화관이 들어섰고 15층은 문화전시회장, 18층엔 옥상 야외가든 등이 자리 잡았다.
아트몰링의 올해 매출 목표는 1200억 원이다. 최 회장은 아트몰링이 패션그룹형지의 2020년 매출목표인 2조 원 달성에 큰 밑거름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