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부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상위에 들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금융과 전자 계열사를 양날개 삼아 중견그룹으로 쪼그라든 동부그룹의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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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14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이 그룹의 양축으로 삼고 있는 동부하이텍과 동부화재가 순항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대우전자와 함께 동부그룹 전자계열사의 핵심이다. 금융계열사로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이 속해 있다.
동부하이텍은 최근 반도체업황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매출 7731억 원, 영업이익 1724억 원을 거둬 전년보다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38% 늘어났다.
동부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난 덕분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1997년에 설립됐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동부그룹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매물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동부하이텍은 2014년 흑자달성에 성공했으나 당시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했다가 실패하며 결국 동부그룹 계열사로 남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자동차 전장과 사물인터넷 관련 IT산업 수요가 늘면서 동부그룹의 미운 오리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동부하이텍은 올해 매출 8413억 원, 영업이익 20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 21% 증가하며 사상 최대실적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PMIC(전력반도체)의 강한 수요가 동부하이텍의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기 회장은 건설업에서 그룹의 토대를 닦았지만 제조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하지만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남은 제조업 분야는 사실상 동부하이텍과 동부대우전자가 전부다.
동부대우전자는 초소형 가전에 주력하며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6천억 원, 영업이익은 130억 원을 거뒀다. 다만 영업이익률이 0.8%에 그쳐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시장에 진입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에서 반도체와 전자로 포트폴리오를 갖춘 점이 김 회장에게 위안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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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동부화재 상무. |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조 계열사들이 품을 떠나며 동부하이텍과 동부대우전자가 제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금융계열사가 사실상 주력인 중견그룹으로 탈바꿈했다.
그룹 전체의 위상은 쪼그라들었지만 동부화재는 손해보험업계 선두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약 11조 원, 총자산이 43조 원 규모다.
김 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초 임원으로 승진한 김남호 상무가 9.01%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동부그룹 승계 역시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순이익이 5346억 원으로 전년보다 24.2% 늘었다. 매출은 17조781억 원으로 7%, 영업이익은 7332억 원으로 29.5% 전년보다 각각 늘었다. 동부화재는 실적개선에 힘입어 사상최대인 1천억여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시가배당률이 2.6%로 삼성화재나 KB손해보험보다도 높았다. 김 상무를 비롯해 김 회장, 김 회장의 장녀 김주원씨 등이 소유한 지분이 17%가량에 이르러 동부화재 배당금이 높으면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는 몫도 크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배당성향만 놓고 보면 22.2%로 삼성화재 29.7%, 현대해상 25.1%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