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 신기술이 적용되는 서버분야에서 메모리반도체인 D램의 수요증가는 제한적인 반면 낸드플래시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산업시대의 변화에 대응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에 의존을 낮추고 시스템반도체와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높이는 과제가 더욱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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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3일 “서버분야에서 머신러닝의 적용확대로 반도체수요가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반면 D램의 탑재용량 증가폭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소프트웨어 또는 기기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를 스스로 학습해 성장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얼굴 및 사물 인식기능 등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머신러닝을 적용한 서버를 새로 도입한 데 이어 향후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머신러닝은 기술적 특성상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해 고성능 반도체 탑재가 필수적이다. 시스템반도체의 한 종류인 GPU(그래픽칩)이 구조상 인공지능 기술구현에 유리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도 연구원은 서버업체들이 기존에는 CPU와 D램 탑재를 늘리며 성능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최근에는 GPU 적용을 늘리며 D램의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서버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로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거나 위탁생산하는 기업들은 큰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D램 등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오히려 서버 쪽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도 연구원은 “신산업시대에서 시스템반도체기업은 ‘갑’, 메모리반도체는 ‘을’이 되는 쪽으로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와 같이 메모리반도체만 생산하는 기업들은 사업구조의 하단에 위치에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머신러닝기술의 특성상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저장장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도 연구원은 “머신러닝이 본격화되며 D램 수요증가율은 낮아지고 낸드플래시 사용량은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낸드플래시를 확보한 기업의 경쟁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인 인텔이 마이크론과 협력해 3D낸드 개발에 나서고 대만 TSMC가 도시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등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시스템반도체와 낸드플래시를 모두 개발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공정기술력도 크게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 반도체사업에서 D램에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의존하고 있는 만큼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확대하는 체질변화가 장기적 성장을 위해 중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에 의존이 더 높고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이런 체질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시스템반도체 기술력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서버분야에서 D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크로스포인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 고성능D램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버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D램 시장규모는 연평균 7% 감소하고 낸드플래시 시장규모는 연평균 7.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서버용 SSD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40% 수준에서 2020년 5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