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권오갑 사장 중심으로 그룹경영체제를 전격 재편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을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그룹 기획실로 격상하면서 권 사장이 기획실을 총괄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을 총괄했던 이재성 회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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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겸 그룹기획실장 |
이번 인사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에 1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뒤 최길선 회장을 영입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데 따른 인적쇄신 작업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 최길선 회장이 그룹을 대표하고 권오갑 사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4일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와 함께 효율적 경영을 위해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그룹기획실로 확대개편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경영을 쇄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이 그룹기획실장과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음에 따라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재성 회장은 상담역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이재성 회장과 김외현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이재성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당분간 김외현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간판을 최길선 회장으로 바꾸고 현대중공업에서 경영관리 및 영업 등을 두루 경험한 권오갑 사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지휘하는 체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권오갑 사장이 사실상 그룹의 최고실력자가 된 셈이다.
그룹기획실의 규모와 권한 등에 대해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현대중공업그룹은 밝혔다. 그러나 그룹기획실이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전체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이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발탁된 것은 현대오일뱅크에서 낸 경영성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 정유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냈지만 현대오일뱅크만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약 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그 전해보다 영업이익을 1천억 가량 늘렸다. 권 사장은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을 개선한 것처럼 권 사장이 그룹의 경영 정상화에도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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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
권 사장은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주로 홍보, 영업, 구매, 경영지원 쪽 업무를 했다. 울산 현대 프로축구단 단장,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도 맡았다.
권오갑 사장의 그룹기획실장 발령으로 공석이 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 재무통인 문종박 부사장이 내정됐다.
문 부사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전무), 기획조정실장(부사장) 등을 맡다가 이번에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로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