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 안건을 심의하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금융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이는 임 회장이 받은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다. 사실상 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임 회장이 강하게 반발한 점이 더 큰 화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여러 채널을 통해 임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주문했지만 임 회장이 거부의 뜻을 밝히자 사실상 사퇴를 재촉하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 임영록 사퇴 위해 모든 수단 동원
금융위는 12일 오후 회의에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 회장에게 내린 문책경고 중징계 최종결정을 심의한 결과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로 수위를 높여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제재는 수위에 따라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총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 단계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임 회장은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12일 오후 6시부터 3개월 동안 KB금융지주 회장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의 이런 결정은 임 회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다.
신제윤 위원장은 중징계 결정 이후 이른 시일 안에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임 회장의 거취를 빨리 결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의 사퇴를 끌어내기 위해 검찰 고발이라는 카드도 동원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임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중징계를 내린 이유로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과정에서 감독의무 태만과 자회사 인사 부당개입을 들었다.
금융위는 임 회장이 주전산시스템을 바꿀 경우 생길 리스크를 여러 차례 보고받았으나 감독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 주전산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해 자회사인 국민은행 임원인사에 함부로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징계 결정 직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보다 임영록 회장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은 최 금감원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지난 4일 곧바로 사임했다.
◆ 임영록 반발은 금융당국에 대한 도전 판단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임 회장의 징계수위를 높인 데는 금감원 징계과정에서 임 회장이 이건호 행장과 갈등을 보이고 금감원 징계에 강력히 반발하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서는 애초 임 회장이 자진사퇴해 KB금융사태를 자연스럽게 매듭짓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임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여러 차례 열고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시위를 하자 금융위 내부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반발이 금융당국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춰졌고 이런 상황에서 임 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금융당국 전체가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청와대에서도 임 회장의 반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스템 안정과 국민재산 보호는 금융당국의 본연의 의무이며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라며 “KB금융의 최고경영자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경영건전성뿐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고객재산 보호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이 ‘최고경영자 리스크’라는 말을 꺼낸 것은 결국 임 회장을 물러나게 해야 KB금융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오히려 감독당국을 정면비판하며 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며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임 회장의 손발을 묶어 사퇴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