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이란이 종전을 타결하면서 한국 가전·자동차·철강·항공 등 주요 업종이 2026년 하반기에는 비용 감소에 따라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2>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란이 전쟁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산업계 전반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미 국제 유가는 하락하고 있으며, 해운과 항공 운임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 하반기에는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주요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 물류 정상화에 따른 운임 하락은 HMM 등 해운 기업에 일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보험료와 연료비 감소, 수출입 물동량 확대로 어느정도 상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각) 종전을 뼈대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면서, 오랫동안 이란이 봉쇄해 오던 호르무즈 해협이 19일부터 전면 개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전면 개방을 승인하며, 이와 동시에 미국 해군의 (이란 대상) 해상 봉쇄를 즉시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며 "금요일(19일) 합의 서명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기뢰 제거를 위해 개방되면 석유가 지역과 다시 흐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페르시아만의 관문이다.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2026년 2월28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4개월 가까이 봉쇄해 왔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타결에 국제 유가는 급락하고 있다.
15일(한국시각) 오후 3시33분 기준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배럴당 4.23% 내린 83.6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도 4.81% 떨어진 80.67달러에 사고팔리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항공사의 비용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사는 원유를 정제한 항공유를 사용하는데, 이 비용이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의 경우 전체 매출원가의 25~30%, 저비용 항공사(LCC)는 30~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의 1년 전체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 배럴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떨어져도 3억500만 달러(약 46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또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하는 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그동안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여행을 망설이던 국제 여객 수요를 대거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낮아지고 있으며, 추가 하락할 경우 잠재된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 모습. <연합뉴스> |
유가 하락은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비 등 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기간,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한 번 통과할 때마다 추가로 붙는 특수 보험료는 1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종전에 따라 해상 안전이 확보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험 할증료는 즉각 사라지게 된다.
또 아프리카 희망봉 등 우회항로를 이용하면서 발생했던 추가 연료비와 인건비 역시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수출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과 TV,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자동차, 포스코의 철강 제품은 2026년 하반기부터 물류 비용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2025년에 지출한 운반비는 약 3조513억 원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돼 운임이 10%만 하락하더라도 3천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글로벌 해상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6년 6월5일 기준 2726.48로, 미국-이란 전쟁 전인 올해 2월6일 1266.56에 비해 배 이상 높아진 상태다.
현대차도 전쟁 이후 중동이나 유럽으로 향하는 배들이 위험 구역을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 등으로 멀리 우회하면서 추가 연료비와 선박 임차료를 내야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면 연간 약 2천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철강 기업은 원재료·물류 비용 완화에 더해 중동 재건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동 재건 수요 발생은 글로벌 철강 수급에 분명한 개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해운 업계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료에 복합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된다면 선박의 안전이 확보되고, 1척당 200만 달러에 달하던 특수 보험료 부담이 사라진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머물고 있는 한국 관련 선박은 모두 24척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배가 바다 위에 묶여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수의 선박으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 있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급등하던 해상 운임은 꺾일 공산이 크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면, 갇혀 있는 선박들의 통행이 한꺼번에 재개되면서 단기 운임에 하방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일시적으로 화물 유입이 증가하며 긴급 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나, 에너지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서 화주들은 오히려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