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한국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력 높은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프로> |
[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지수가 7천을 바라보고 있고,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1.7% 성장하는 등 우리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건설, 유통 등 내수 위주의 산업이나 석유화학, 배터리 등 중국과 경쟁하는 산업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 산업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을 때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조세·노동 분야의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8일 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투자은행(IB)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높여잡고 있지만 전통적 제조업 분야나 서비스업이 혁신 동력을 잃으면서, 반도체 쏠림이 'K경제'에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반도체가 이끈 수출과 투자가 1분기 한국의 강한 성장을 견인하며 GDP 성장률이 노무라 전망치인 1.2%를 크게 웃도는 1.7%를 기록했다"며 "이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3%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민간소비 성장은 여전히 추세적 속도에 머물고 있어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5년 국내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었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법인 2025사업연도 결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14개 기업의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11조6834억 원, 137조477억 원으로 2024년 대비 3.48%, 29.55%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712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4년보다 각각 0.46%, 3.69%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67조6100억 원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영업이익의 사실상 절반을 차지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약 94조8103억 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4월 약 36.3%로 1년 전보다 17.1%포인트 늘어났다.
반도체 호황이 아니었다면 한국 경제는 성장이 멈춰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 온기가 다른 산업이나 내수 시장으로는 확산되지 않는 '반도체 착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쏠림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과 내수 기업이 같이 커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약 94조8103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만 과도한 의존은 향후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할 때 국가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호황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2027년 하반기 이후에도 현재의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는 신용 위험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호황과 대비되는 심화된 양극화와 신용위험'이란 보고서에서 "눈부신 호황을 구가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그 호황이 여전히 남의 일인 기업들이 여전히 더 많고, 전체 노동시장은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고 고용 여건은 후퇴하는 흐름"이라며 "소수 기업의 이익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국면이 경기 위축 국면과 연계돼 있다는 점은 곱씹어 볼만한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매출 상위 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할수록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높아지고, 이는 결국 고용 위축과 소비 절벽으로 이어져 경기 사이클 자체를 꺾어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균형잡힌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제도적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대종 교수는 "한국 경제가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 유명 산업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조세와 노동 분야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항후 미국·중국의 분쟁이 해소되면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사 갈등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향후 한국 경제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