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중징계 결정을 통보받은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임 회장은 4일 함께 중징계를 통보받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사임하면서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KB금융의 명의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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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
임 회장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KB금융그룹에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지만 인사개입이나 심각한 전산 오류 등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최 금감원장이 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밝히며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기종변경 절차 진행과정에서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가 표출됐다”고 지적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임 회장은 “유닉스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1억 건 작업 중 450만 건 오류가 발생하고 1700회 시스템이 다운됐다고 하지만 이는 거래 테스트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적 오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완성된 시스템이 아닌 만큼 오류가 많이 나올 수 있고 충분히 이를 보정할 수 있다”며 “IT전문가가 이를 검증해보면 내 얘기가 맞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임 회장은 유닉스 전산기로 전환하는 비용을 축소해 보고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최초의 견적가격에서 여러 번 경쟁을 시키면서 가격이 낮춰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IBM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는 비용이 부풀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임원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임 회장은 부인했다.
그는 “지주사 회장이 자회사 본부장급 이상의 인사는 협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인사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을 추천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이 전 행장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임 회장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협의도 없이 금감원에 고발하고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전날 이 전 행장이 사퇴한 데 대해 “조직을 흔들고 떠났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회장은 거취와 관련해 “직원들 마음을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임 회장은 12일 금융위원회에 징계심의가 열리면 직접 소명할 뜻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가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최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소명했고 위원들이 충분히 납득해서 (경징계가) 나왔다”면서 “2주 동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최종결과가 다르게 나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중징계 심의가 나올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소명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거취와 관련한 즉답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