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현지 종북몰이'에 나선 국민의힘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국회 상임위마다 증인으로 세우려 총공세를 펴고 있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 제기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무리한 공세가 결국 국민의힘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8월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실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맞고발까지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인 15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폭행 혐의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같은 사안으로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제소했다.
이는 김우영 의원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보낸 2건의 문자와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5일 박 의원이 '에휴 찌질한 x아!'라고 자신에게 써서 보낸 문자를 국감장에서 폭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5일 "박정훈 의원이 전날 김 부속실장에 대해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며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며 "비상식적 주장을 반복하는 박 의원을 고발하는 한편 국회 윤리위에 제소해 해묵은 매카시즘과 막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17개 국회 상임위 가운데 6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 실장을 부르려 하는 등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대통령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은 김 실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모두 국민의힘 쪽 요구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은 원래 용산 대통령실 내 인사라든지, 재무라든지, 예산이라든지 이런 걸 다투는 자리다. 그런데 그 총무비서관이 장관급 인사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있지 않느냐"며 "김 실장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당연히 국회에 나와서 국민 의견을 대신해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출석 대상인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이 국정감사 직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총무비서관 당시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강력한 요구에도 김 실장에 대한 증인 신청이 채택된 상임위는 한 곳도 없다. 상임위마다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해야 하는데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협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15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김 실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증인 신청을 '정쟁'이라고 규정하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뭔가 흠을 만들기 위한 이런 정쟁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원칙과 기준에 의해서 증인 채택 여부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김 실장에 대한 공세가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출범 첫 해의 국정감사는 주로 전임 정권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야당 입장에서는 전임 정부의 실수를 방어하고 현 정부에 대한 공세를 통해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실체도 불분명한 김 실장 관련 의혹 공세에 매몰되면서 정부 실정을 지적하고 부동산 문제, 한미 관세 협상 문제,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문제 등 민생 사안들에 대한 주목도를 키울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실장과 관련해 13일 오전 문을 연 '제보센터'와 관련해 "어제 오후 7시쯤 확인한 결과 들어온 제보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의 '김현지 종북몰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1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의 논리대로 라면 그 당시 김미희 의원이 통진당이고 그 통진당이 정당 해산됐고 그런데 김미희 의원이 선거법상 당시 2010년 성남시 지방선거에서 가까이 지냈다. 친한 지인이다. 이걸로 해서 종북이다? 너무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며 "이거는 전형적인 색깔 공세다. 똑같은 논리로 한다면 1호 당원인 윤석열이 들어가 있는 국민의힘은 그냥 내란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거센 김현지 공세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하 의원은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누구누구와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판결을 어떻게 하고'라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여태까지 실체가 안 나오고 있다"며 "저는 이를 허황된 얘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김현지 부속실장과 관련해서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궁금증 해소 차원의 문제니까 민주당도 굳이 (김 실장 출석을) 막을 필요가 없고 만약 저희 당 소속 의원들이 제대로 못 캐면 저희에게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이 지나치게 김 실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지적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김 실장을 과하게 보호하니 국민의힘의 추궁의 강력해지고 국민 가운데 일부는 실제 의심을 갖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민주당에서는 소설 쓰지 말라고 그러는데 소설의 소재를 이렇게 많이 던져놓고서 소설을 쓰지 말라고 그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요리 재료를 그냥 한 바닥 다 깔아놓고서 요리하지 말라고 얘기하면 그건 정치판에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