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인센티브 확대로 판매를 늘리는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제값받기'로 판매정책을 바꿔낼지 주목된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5.5%로 전년보다 1.4% 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자동차수요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완성차회사들이 판촉경쟁이 가열된 데다 현대차 노조파업에 따른 생산차질과 신흥국 판매부진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
|
|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차는 특히 미국에서 일본차와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인센티브를 꾸준히 늘려왔다.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 차량 한 대당 2582달러를 지급하면서 인센티브가 전년도 4분기보다 30% 늘었다.
현대차의 인센티브 증가율은 시장평균 증가율인 23%보다 높았다. 닛산과 토요타 등 일본 경쟁회사들도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어 현대차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탓도 있다.
정 부회장은 인센티브를 늘려 판매를 늘리는 현대차의 판매정책을 손댈 가능성이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CES 2017에 참석해 미국법인 주요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돈을 써서 차를 파는 방식을 오래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판매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런 정 부회장의 발언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실적이 인센티브에 민감하게 반응한 탓에 판매정책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전년도 같은달보다 2.4% 줄였다. 경쟁회사들이 인센티브 증가율을 두자릿수로 늘린 것과 다른 판매전략을 쓴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엘란트라 판매량은 지난해 4월까지 전년도 같은달보다 34% 떨어진 반면 경쟁차종인 혼다의 시빅 판매량은 29% 늘었다.
올해 미국 자동차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점도 현대차가 인센티브를 줄이기 쉽지 않게 만든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1750만 대로 지난해 1755만 대에서 0.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인센티브를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가 올해 소형차의 구매세율을 올리면서 자동차판매의 성장세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5%의 구매세를 부과하던 데서 올해 구매세율을 7.5%로 올렸다. 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중국의 자동차수요가 4.4% 늘면서 성장률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훈철 현대차그룹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중국 자동차시장이 구매세 증가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자동차판매를 늘리기 위해 완성차회사 사이에서 인센티브 확대정책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익성이 높은 국내에서도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판매가 줄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내수판매는 65만8642대로 전년도보다 7.8%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는 각각 13.8%, 38.8% 늘었고 기아차와 쌍용차도 내수판매를 소폭 늘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 미국에서 쏘나타 부분변경모델, 제네시스 G80 상품성개선모델, 아이오닉 등을 출시해 인센티브 안정화를 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전략형 신차 3종을 출시하고 국내에서 소형SUV 신차 등을 출시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