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출에 외부업체와 기술협력에 난항을 겪자 자체적으로 역량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반도체 굴기가 늦춰질 공산이 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생산투자와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공세가 더 거세지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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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중국이 미국 반도체기업에 의존을 낮추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각국 정부규제강화로 반도체 기술협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36조 원을 투자하는 낸드플래시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30조 원에 이르는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계획도 새로 내놓았다. 이런 투자가 모두 현실화될 경우 당초 계획된 투자규모인 82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사실상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워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금액의 대부분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공격적으로 추진해오던 해외 반도체기업과 기술협력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자 자체적으로 역량을 확보하기 투자규모를 점점 더욱 늘리고 있다.
지난해 칭화유니그룹은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을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비슷한 이유로 웨스턴디지털의 지분을 확보하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올해 초까지도 마이크론과 우회적인 기술협력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하이닉스에 생산시설 제공을 앞세워 기술공유방안도 제인했으나 진척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칭화유니그룹을 포함한 중국업체와 협력방안 논의 여부와 경과는 주요 경영전략에 해당해 밝힐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을 아꼈다.
중국 정부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국가 기술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10%에 이르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대 들어 7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기술 내재화는 외부업체와 협력이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내놓은 방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한국업체들은 중국정부의 본격적인 시장진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져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기술격차가 한국기업과 10년 이상 뒤처져있는 중국업체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만한 반도체 공정과 양산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정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만큼 생산투자를 더욱 늘려 물량공세를 강화하고 기술인력 영입을 위한 노력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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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대만 반도체기업의 고위 임원들과 직원들을 대거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론과 대만 이노테라의 합작법인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널리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반도체기업의 주요 임직원들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의 임원이 이직을 위해 반도체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되며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정부가 자체적인 기술확보를 중점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앞으로 전문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작업은 더욱 거세질 공산이 크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기술격차 확대를 위해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기업들과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국은 반도체 사업계획을 203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외부업체와 제휴가 어려울 경우 시장점유율 확보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변수도 충분히 고려한 계획을 세워두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