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에서 보유한 골프장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데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드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중국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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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로 정부의 힘이 빠지고 있는데다 사드배치 철회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어 부지제공을 계속 미루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배치를 위한 토지교환계약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1월 중 계약이 체결된다고 했는데 약간 늦춰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우리는 가능한 계획한 대로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롯데 측에서 이사회를 열어 최종 감정평가액을 승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조만간에 (이사회가) 개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부지 교환을 위한 토지감정평가는 최근 끝났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에 경기도 남양주 군부대 부지를 롯데그룹에 넘겨주는 대신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받기로 협의했다.
롯데그룹은 3일 이사회를 열고 감정평가액을 확정한 뒤 토지교환 관련한 의결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이사회를 돌연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부지교환 계약 관련해 담판을 짓기 위해 신 회장과 회동을 타진했다가 롯데 측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아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상 토지교환 계약만 남겨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사드부지 제공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이 부지제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계열사들의 중국사업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정부는 올해 연초부터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규제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 롯데그룹에서 사드부지를 제공할 경우 중국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 현지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백화점과 마트 등 중국 현지점포에 대한 불시 소방·위생 점검도 실시했다.
이런 조치는 롯데그룹이 실제로 사드부지를 제공 할 경우 보복성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중국의 사전경고 성격이 짙다고 업계는 바라봤다.
롯데그룹에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시네마, 롯데자산개발 등이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면세점사업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의존도가 70%를 넘어설 정도로 높은 편이고 호텔에서도 중국인 투숙객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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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부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안으로 승용차가 들어가고 있다. |
부지제공을 결정했던 지난해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롯데그룹의 입장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성주골프장이 사드부지로 후보로 거론됐을 때만 해도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검찰조사를 받고 있던 시기라 정부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며 “현 정부의 힘이 빠지고 사드배치 관련 여론도 좋지 않은 지금은 정권 눈치를 보기보다는 기업의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신 회장 입장에선 사드부지 제공 계획 자체가 없던 일이 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당장은 부지제공 약속을 깰 명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부지를 제공하게 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중국리스크는 줄이고 토지교환 관련 협상력은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사회를 열어 토지 감정평가 금액을 확정해야하고 법적으로 검토할 부분도 남아있다”며 “국방부와 토지교환 계약시기를 특정해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민구 장관과 회동 무산설의 경우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롯데그룹 또다른 관계자는 사드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중국정부에서 세무조사, 안전점검 등을 실시한뒤 특별한 조치가 취해진 것은 없다”며 “롯데그룹도 다른 국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사드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현지사업에 일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