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두 은행은 연내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
|
|
▲ 김종준 하나은행장 |
김 행장은 사퇴의사를 밝힘으로써 조기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김 행장은 28일 하나금융지주 월례 조찬강연회 ‘드림소아이어티’ 행사에 참석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이날 발언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통합을 더 미루는 것은 경영진으로서 조직에 대한 배임, 직원에 대한 배임,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말한 뒤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이 이날 정확한 사퇴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은행권은 조기통합에 반발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가 통합에 합의하는 대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한다.
김 행장이 사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면 하나은행에 종속될 것이라는 외환은행 노조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의 발언을 듣고 조기통합에 기여하고자 사퇴의사를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행장은 지난 4월 과거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를 부당지원한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이후 김 행장은 줄곧 사퇴압력을 받았음에도 끝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
김 행장이 이번에 백의종군 뜻을 밝힌 것은 사실상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금융권은 본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19일 통합추진을 선언하며 조기통합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하면서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은 28일 통합 이사회를 열기로 돼 있었으나 이를 연기하고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이 사퇴할 뜻까지 밝히며 승부수를 띄운 만큼 통합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