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와 SK텔레콤이 해킹 사고에 따른 과징금 부과 결정 시기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10월 초 임기 만료 전에 과징금 제재 결정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과징금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28일 통신업계와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고학수 위원장 체제에서 SK텔레콤 해킹사고 과징금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SK텔레콤 본사 사옥 1층 모습. <연합뉴스> |
28일 통신 업계와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은 과징금 제재 시점을 고 위원장 임기 이후로 미루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고 위원장은 임기 전에 과징금 부과를 끝내려 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부과 결정 시기를 미루기 위해 엄청 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기 개보위원장에 과징금을 낮춰달라고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 임기는 오는 10월6일이다.
개보위는 최근 SK텔레콤 해킹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조사를 마치고, 오는 8월27일경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 과징금 제재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 위원장 임기가 10월 초까지이지만 9월 말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를 주관해야 하는 만큼, 8월 말이 사실상 주요 제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고 위원장 체제에선 과징금 감경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 위원장은 4월 해킹사고 발생 직후부터 ‘역대급 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공공연히 강조해왔다.
5월22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난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최고경영자와의 비공식 접촉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고 위원장은 즉각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고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원칙적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SK텔레콤은 고 위원장 체제 아래에서는 과징금 감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제재 결정 시점을 차기 위원장 선임 후로 넘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차기 위원장에 과징금을 낮춰달라고 요청하려는 분위기인데, 고 위원장에겐 이런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후임자에게 기대를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과징금 산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지연하거나, 추가 소명 요청 등을 통해 개보위 제재 결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SK텔레콤은 해킹사고 과징금 부과 시점을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임기 이후로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정부청사 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SK텔레콤에 전체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를 SK텔레콤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약 17조9410억 원에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5382억 원 수준이 될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이 사고와 관련 없는 매출 항목을 소명할 경우 과징금 산정 기준 매출은 줄어든다.
SK브로드밴드 매출, 망접속 정산수익, 기타 영업수익 등을 제외하면 매출 규모는 약 10조6700억 원으로 줄어들며, 이때 최대 과징금은 3201억 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의 피해 확산 방지 조치, 보안 강화 노력, 고객 보호 대책 등이 감경 사유로 인정될 경우 실제 부과액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개보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징금 부과 결정 시점과 관련해 현재로선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과징금 결정 시기와 관련해 개보위와 논의 중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