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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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건설 외부감사인 안진회계법인에게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 공사원가 추정치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최근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보통 건설사가 추정한 공사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공사진행률이 다를 때 발생한다.
회계장부에 매출로 잡혀 있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미수채권으로 공사기간에 받지 못하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기 때문에 돈을 떼일 경우 전액 손실처리된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3조6089억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에 이어 GS건설이 2조1918억 원, 대우건설이 2조158억 원, 삼성물산이 1조4820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미청구공사액은 2015년 12월 말보다 15% 넘게 줄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26.85%로 전년 동기보다 13.31%포인트 하락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매출규모가 크기 때문에 미청구공사액 규모도 가장 큰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매출 대비 미청구공사액 비중이 18%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의 감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해외사업 비중이 높고 몇년 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손실을 털어내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흑자를 이어오고 있어 이번 감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수천억 원대의 해외사업 손실을 털어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내왔다.
건설사는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면 기존 회계장부에 이익으로 기록했던 미청구공사액을 모두 손실로 바꾼다. 미청구공사액이 한번에 회계에 손실로 반영되면 이른바 ‘빅배스’(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가 발생한다.
국내 건설사들은 종종 빅배스를 단행했다. GS건설은 2010년에 8천억 원 수준이던 미청구공사액이 2012년에 2조1918억 원까지 급증했는데 임병용 사장이 취임하며 부실을 모두 털어내 2013년에 9355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모두 빅배스를 거치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이번 감리를 계기로 현대건설이 빅배스를 거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경우 현대건설이 대규모 적자를 볼 수도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을 앞두는 등 다른 건설사와 달리 내실경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특별한 혐의나 의혹이 있어서 감리를 하는 게 아니라 조선업과 건설업의 회계문제가 떠오르면서 이번에 수주산업을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에서 하는 것”이라며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 조선사들도 차례대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