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잇달아 수주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과 조선사들이 이란발 훈풍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혜를 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5일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림산업의 신규수주는 이란시장의 발주가 재개된다는 신호”라며 “본격 발주는 어렵지만 발주가 일부 재개되면서 대림산업도 이란에서 신규수주를 계속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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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대림산업은 지난해 12월 말 이란에서 2조3036억 원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공사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국내 건설사가 이란시장에서 따낸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이란발 훈풍은 건설사에만 분 게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이란의 국영선사인 이리슬(IRISL)로부터 8200억 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선박 발주는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린 뒤 이뤄진 첫번째 발주로 앞으로 이란에서 더욱 많은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산하에 있는 이란개발혁신기구(IDRO)와 현지 조선소 개발사업에 대한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대우건설도 이란 시르잔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업규모는 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의 에너지 강대국이지만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제재로 각종 자원개발과 수출입, 관련 인프라 확대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난해 경제제재가 풀린 데 이어 최근 국제유가도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이란발 훈풍이 국내 건설업계와 조선업계에 불고 있다.
이란은 앞으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발주뿐만 아니라 도로와 댐 등 각종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란에서 본격적으로 발주확대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이란을 방문했을 당시 국토교통부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52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와 합의각서 등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림산업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을 비롯해 현대건설의 차바하~자헤단 철도공사(17억 달러), 대우건설의 테헤란~쇼말 고속도로(10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도 282억 달러에 그치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시장에서 발주확대를 기대하면서도 아직까지 시장을 크게 낙관하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사 대부분이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낮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란시장의 발주 증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이란의 정치상황, 파이낸싱의 불확실성 때문에 발주시점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 연구원은 “2016년 상반기 이란발 수주의 기대감으로 건설업종 주가가 상승한 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연구원은 "대림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란에서 공사를 확보한 것은 이란 내 역량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건축과 토목 등이 아닌 석유화학플랜트에서 가장 먼저 낙찰통지서를 접수한 것을 더 높게 산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