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페이 주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추진 호재를 업고 3년 만에 공모가 수준을 회복했다.
기업가치 회복이 절실한 카카오페이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책 기대감으로 단기간 주가가 급등한 만큼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실적 등 성과로 기업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페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대장주'로 부각되면서 6월 들어 주가가 145% 급등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하루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앞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한 차례 매매를 막은 뒤에도 강한 매수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급격한 가격 변동 등이 감지되면 그 정도에 따라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종목으로 분류한다. 투자경고와 투자위험 단계에서는 매매거래를 정지해 제동을 걸 수 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6월3일 조기대선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25일까지 14거래일 동안 145.87% 급등했다.
2일 종가 기준 3만8150원이던 주가가 9만3800원까지 오르면서 3년 만에 공모가(9만 원) 수준을 회복했다. 전날 장중 최고가는 11만4천원까지 치솟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 등이 쏟아진 덕분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일 수 있게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해 설계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이 대통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국회에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을 뼈대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는 등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페이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바탕한 탄탄한 이용자 기반과 선불충전금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대장주’로 떠올랐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실질적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 계좌-계좌 송금이 아닌 플랫폼 충전 뒤 송금-결제 구조로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자연스럽게 시스템에 녹일 수 있고 담보여력이 될 선불충전금 잔액도 가장 앞서 있다”고 바라봤다.
카카오페이 자체적으로도 발빠르게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18건을 등록하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높였다.
▲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실적 등 기업가치 입증으로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만 현재 카카오페이 주가를 밀어올린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제도화에 시동을 건 단계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이 허용되고 시장에서 상용화되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주 주가 급등세를 두고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이날 네이버, 더즌 등 그동안 폭등했던 스테이블코인 관련주 주가가 크게 내리며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신원근 대표는 이번 스테이블코인 호재를 실질적 주가 반등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기업의 기초체력과 사업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큰 셈이다.
신 대표는 앞서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 기업공개 실무진으로 역할을 했고 그 뒤 대표이사에 올랐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첫 날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넘어 19만 원대까지 오르면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카카오페이는 첫 날 시가총액이 25조1609억 원에 이르면서 바로 코스피 시총 순위 13위에 올랐다. 당시 시총 12위 포스코와 차이가 1조 원가량이었다.
2021년 11월30일에는 장중 주가가 최고 24만8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상장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대량매매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기는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 5월까지도 주가가 2만 원 후반대에서 3만 원대를 오갔다.
이에 신 대표는 2022년 카카오페이 대표에 오르면서 주가가 20만 원에 도달할 때까지 연봉 및 인센티브를 받지 않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신 대표에게 카카오페이 주가부양은 단순한 기업가치 회복을 넘어 시장 신뢰를 되찾고 책임경영을 실현하는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1분기 회사 상장 뒤 첫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다. 에프앤가이드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2분기에도 영업이익 53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5년 연간 실적으로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전망된다.
신 대표는 이밖에도 최근 신세계그룹 쓱페이·스마이페이 인수를 검토하면서 간편결제 본업 경쟁력 확대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상장 뒤 첫 연결 영업이익 흑자를 낸 만큼 연간으로도 호실적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