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선 KG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과 아들 곽정현 사장(왼쪽 세 번째)이 2024년 6월13일 열린 경기 고양시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 일산(KEC)' 개관식에서 기념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KG모빌리티 > |
[비즈니스포스트] KG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KG제로인-KG케미칼-KG에코솔루션-KG모빌리티·KG스틸’로 이어지는 축이고, 다른 하나는 ‘KG제로인-KG케미칼-KG이니시스-KG모빌리언스’로 구성된 축이다.
전자는 KG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자동차와 제철, 친환경 사업 등 제조업을, 후자는 금융사업을 각각 중심으로 하고 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KG에코솔루션을 자동차·제철·친환경을 총괄하는 중간지주회사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룹 내 제조업의 시너지를 꾀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KG에코솔루션은 2023년 1월1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성립요건을 충족해 지주회사로 전환됐고, 2025년 3월에는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목적에 지주사업을 추가했다.
KG에코솔루션의 중간지주회사 만들기는 KG에코솔루션이 포함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함으로써 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차원도 있다.
실제로
곽재선 회장은 2024년 기존 5개의 순환출자구조 중 KG에코솔루션이 포함된 3개를 해소했다. KG에코솔루션이 보유한 이데일리 지분을 처분한 것도 이 목적에서 이뤄졌다.
KG에코솔루션의 역할 강화를 KG모빌리티와 KG스틸에서 아들 곽정현 사장의 입지를 넓혀 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곽 사장은 KG모빌리티에서 사업전략부문장 겸 사업전략실장(미등기)을, KG스틸에서 경영지원본부장(사내이사)을 각각 맡고 있다.
특히 곽 사장은 2022년 KG모빌리티 인수 후 그간 KG모빌리티에서 큰 역할이 없었지만 2024년 1월부터 직책을 맡게 됐다.
◆ KG에코솔루션이 중간지주회사 된 과정과 의미
원래 KG에코솔루션(옛 KG ETS)은 산업폐기물·폐수 처리 사업과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중유 제조업을 해왔다.
그런데
곽재선 회장은 2019년 KG스틸(옛 동부제철), 2022년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를 KG에코솔루션 아래에 뒀다. 이 과정에서 KG스틸의 지주회사였던 KG스틸홀딩스와, KG모빌리티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했던 KG모빌리티홀딩스를 KG에코솔루션에 흡수합병시켰다.
2025년 현재 KG에코솔루션은 KG스틸 지분 45.00%, KG모빌리티 지분 54.35%를 들고 있다.
또한 KG에코솔루션은 보유하고 있던 이데일리 지분(39.98%)을 2024년 12월 KG이니시스에 모두 매각했다. 이는 KG에코솔루션과 그 자회사들이 하는 사업을 자동차·제철·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함과 동시에 KG그룹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KG에코솔루션은 KG그룹의 제철·자동차·친환경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향후 KG에코솔루션은 자회사들의 재무건전성 개선과 신사업 확장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KG모빌리티의 재무 개선과 경쟁력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KG에코솔루션은 2024년 11월 195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아울러 KG에코솔루션은 바이오중유, 바이오선박유, 바이오디젤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투자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KG에코솔루션의 유동성 확대와 KG모빌리티·KG스틸에 대한 지원 강화는 오너 2세 곽정현 시장의 그룹 내 영역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곽 사장은 2019년부터 KG스틸 사내이사를 맡아왔고, 2024년부터 KG모빌리티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 곽혜은 이데일리엠 대표이사가 2023년 12월4일 서울 강남구 엘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2023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
◆ KG이니시스 계열, 딸 곽혜은에게 떼어주나
한편 KG그룹이 KG에코솔루션에서 이데일리를 떼어내 그룹의 또 다른 중간지주사인 KG이니시스로 넘긴 것을 두고
곽재선 회장이 두 자녀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곽혜은 대표가 이데일리 경영지원실장(부사장)과 이데일리엠 대표로서 이데일리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데일리엠은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운영하는 회사로, 2022년 중앙그룹으로부터 두 매체를 인수했다.
다만 곽혜은 대표가 KG이니시스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지배력을 갖기 위해서는 KG이니시스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재 KG이니시스의 최대주주는 40.09%를 보유한 KG케미칼이다.
곽재선 회장으로서는 KG케미칼의 KG이니시스 지분과 자신의 지분(1.08%)을 딸에게 물려줄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