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반명(반이재명) 빅텐트'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고 있다.
보수진영 인사의 이탈 또는 비협조로 동력을 살리지 못하는 가운데 반대편의 '이재명 빅텐트'는 계속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처지로 보인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문수 후보는 '반명' 깃발 아래 보수 인사들의 광범위한 결집을 시도했지만 핵심 인사 합류가 삐거덕거리면서 '빅텐트' 구축이 표류하고 있다.
대선이 14일 남은 상황에서 김 후보는 빅텐트 구축의 시작점이 될 '집안단속'을 겨우 일단락 지은 모양새를 연출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사자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공개 지지'는 받아낸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부산 광안리에서 처음으로 김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반의 지지에 머물렀다.
한 전 대표의 부산 유세는 김 후보와 동행한 것이 아니라 '홀로 유세'였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후보를 추켜세우는 '아름다운 연대'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홍준표 전 시장은 전날인 19일 미국 하와이에서 자신을 찾아온 특사단에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후보 경선 탈락 이후 탈당해 사실상 하와이로 도피했다. 자칫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모습마저 연출했다.
홍 전 시장이 '다행히' 김문수 후보 지지를 밝힘에 따라 집안 분란의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한덕수 전 총리는 일찌감치 11일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선거를 돕겠다"고 밝혔지만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다. 역시 반쪽짜리 지지인 셈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일찌감치 후보 경선 당사자인 김동연 경기도 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규모 선대위를 꾸렸다. 그리고 최근에는 당 바깥으로 빅텐트는 넓게 펼쳤다.
개혁신당을 탈당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인 19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유세에 참석해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허은아 전 대표는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2024년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에 합류해 대표로 선출됐지만, 이준석 후보와 갈등 끝에 올해 1월 당원소환 투표로 대표직을 잃고 탈당했다.
김상욱 의원도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머무르다 19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장에 나타나 유권자들에게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보수 진영에서 선거 초반부터 '반명' 깃발을 내걸고 '반이재명 빅텐트' 전략을 펼쳤으나, 오히려 '이재명 빅텐트'에 중도 보수가 모여든 셈이다.
국민의힘 빅텐트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다만 자유통일당, 김계리 변호사 등 이른바 '계몽령 세력'이 계속 들어온다.
구주와 전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는 19일 김 후보 지지를 발표하며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를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의 김 후보 지지 발표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주와 전 후보의 지지를 두고 그 흔한 환영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김계리 변호사가 국민의힘 입당을 신청했으나 당은 사실상 이를 보류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으로 활동했고, "저는 계몽됐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 등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빅텐트를 두고 "이준석 후보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나 과거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분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고 개헌연대가 가능한 분들까지 하시겠다. 그런 분들 위주로 (빅텐트를) 염두에 뒀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자유통일당 쪽은 빅텐트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빅텐트'에 공감한다고 했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불출마 선언과 함께 이번 대선 무대에서 퇴장했다.
결국 김 후보의 빅텐트에 남은 유일한 희망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목소리가 보수 진영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김 후보 쪽은 이준석 후보와의 '보수 단일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인 19일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단일화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김 후보의 진정성과 보수 진영을 규합해 선거를 치러보려는 선의는 의심 안하지만 이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단일화 논의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벽을 돌파해야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윤재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19일 국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빅텐트는 대통령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정도가 돼야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합쳤을 때 이길 수 있다는 지지율이 돼야 (단일화) 협상이 가능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 지지율을 올리는 게 선결과제라 생각해 매진하고 있다"며 "선대위 목표는 하루 1%씩 김 후보 지지율 올리기"라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