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아 카카오그룹 의장이 18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캠퍼스에서 경영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야심차게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가 정식 출시를 앞두고 실시한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에서 기대만큼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주요 AI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사용성과 차별성 측면 모두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카나나’를 시작으로 다양한 생성형 AI 실험을 예고한 상황에서, 첫 단추인 카나나가 부진한 초기 성과를 보이면서 카카오의 AI 전략이 조기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8일 대화형 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의 CBT 버전을 공개했다. ‘카나나’는 일상 대화, 정보 탐색, 콘텐츠 추천 등을 수행하는 생성형 AI 챗봇으로, 카카오톡 출시 이후 약 15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채팅앱이다.
‘카카오’에 ‘나’를 더한 브랜드명으로, ‘나에게 배우고 나처럼 생각하며 행동하는 AI’라는 의미를 담았다. 카나나는 사내 AI 전담조직과 전체 브랜드를 통칭하는 이름으로도 사용되며 카카오의 AI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 서비스로 꼽힌다.
정신아 대표가 올해부터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힌 이후 첫 성과물이란 점에서 시장의 주목도도 높았다.
다만 CBT가 시작된 직후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플레이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부문에서 각각 최상위권을 기록했던 앱 순위는 현재 13위와 40위까지 떨어졌다.
출시 전과 비교해 카카오 주가는 이날 4.95% 하락한 3만64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부진했던 1분기 실적에 더해 공개된 카나나가 시장의 평가를 뒤집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 카나나가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은 카나나 화면 갈무리. |
카나나는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대화 맥락을 파악한 뒤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기존 챗봇과의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등장한 AI 챗봇 ‘심심이’와 비교하며, 오히려 “심심이보다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혹평도 나왔다.
기능적 완성도 외에도 접근성 측면에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카나나는 카카오톡과 연동되지 않고 별도 앱으로 출시됐는데 사용자 입장에선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 요소로 지적된다. 그룹 채팅을 위해선 참여자 전원이 새 앱을 설치해야 하는 구조이고 새 플랫폼으로의 이동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카카오는 이러한 독립 앱 구조에 대해 AI 학습 데이터 수집 및 보안 이슈 등을 고려해 카카오톡과의 통합 대신 별도 앱 형태로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심 플랫폼과 분리로 이용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 측은 “새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새 기술 뿐 아니라 UI, UX, 정책적 측면을 포괄해 카카오톡이라는 기존의 틀을 깰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익화 가능성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기반으로 향후 B2C 구독형 유료 모델 도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까지 AI 기반 B2C 수익화에 성공한 국내외 사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첫 번째 주자인 카나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이면서 카카오의 AI 전환 전략도 초반부터 불확실성에 직면한 모습이다.
카카오는 올해를 기점으로 포털·메신저 기반의 기존 플랫폼에서 벗어나, 개인화된 AI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정신아 대표는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직접 AI 전략을 발표하며 생성형 AI 중심의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카카오는 CBT 기간 동안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렴해 약 3주 간격으로 정기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기술 및 서비스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수록 고도화되는 성장형 서비스인 만큼 CBT기간 동안 각종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