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CE 미국배당퀄리티 상장지수펀드(ETF) 시리즈 신규 상장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M7'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금방 바뀔 것 같은가, 아니라면 기술주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한 ‘ACE 미국배당퀄리티 상장지수펀드(ETF) 시리즈 신규 상장 세미나’에서 기술투자를 거듭 강조했다.
배 사장은 “오늘 인사말을 조금 길게 하겠다”고 운을 뗀 뒤 “미중 갈등, 과중한 관세로 빅테크 투자 상품들이 많이 하락하면서 한투운용과 함께 해 온 투자자들은 고생을 많이 하셨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장기투자의 대가 제러미 시겔 교수는 주식에 장기투자하라고 말하는데 저의 투자 모토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며 “주식 장기투자가 아닌 미래 성장에 장기투자하라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미래 성장은 기술투자에서 나온다며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대표 빅테크기업 투자에 관한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2022년 한투운용의 지휘봉을 잡은 뒤 한결같이 내세워온 기술투자 뚝심을 다시 한 번 내보인 것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고 이제와서 기술투자가 아니고 제조업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빅테크기업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사장은 우리가 현재 애플리케이션(앱)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디지털시대에서 1990년대 PC시대를 이끈 마이크로소프트, 2007년 스마트폰을 처음 내놓은 애플,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구글, 클라우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아마존 등 빅테크기업이 여전히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당장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켰을 때 첫 화면에 가장 많이 배치돼 있을 크롬, 유튜브, 페이스북 이런 앱들은 다 빅테크기업들의 앱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2~3년 사이 사람들의 스마트폰 첫 페이지로 옮겨왔을 법한 유일한 앱인 챗GPT 역시 대주주가 마이크로소프트다.
또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은 엔비디아다.
배 사장은 “결국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갈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을 지닌 기업들도 빅테크기업”이라며 “그래서 세상이 반도체 등 기술기업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사장의 기술투자에 관한 확신은 이날 소개한 한투운용의 새루운 미국 배당주 ETF 상품으로 연결된다.
한투운용은 이날 △ACE 미국배당퀄리티 ETF △ACE 미국배당퀄리티채권혼합50 ETF △ACE 미국배당퀄리티+커버드콜액티브 ETF 등 3개 상품을 신규 상장했다.
▲ 제러미 슈워츠 위즈덤트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CE 미국배당퀄리티 상장지수펀드(ETF) 시리즈 신규 상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들 상품은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배당성장주 ETF 상품인 ‘DGRW’ 기초지수를 바탕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앞으로 배당을 늘려갈 가능성이 높은 기술분야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대표 배당주 ETF인 ‘SCHD(슈드)’가 고배당에 중점을 뒀다면 DGRW는 배당과 더불어 기업가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차이가 있다.
배 사장은 “미국 배당 ETF 대표상품 SCHD는 배당을 많이 준다는 것이 특징으로 따지자면 가치주의 성격을 지닌 기업들을 담고 있다”며 “매월 배당을 받는 건 좋은데 기업의 성장 기대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빅테크와 같은 성장기업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이번 상품을 가져온 것”이라며 “ACE 미국배당퀄리티 ETF가 당장은 고배당 가치주보다 배당이 낮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기업 성장으로 순자산가치(NAV)가 높아지면서 가치주보다 배당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배당주 ETF 투자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들에게도 미국 기술기업 등 성장주에 장기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제러미 슈워츠 위즈덤트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참석했다.
위즈덤트리는 미국과 유렵을 중심으로 순자산 12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번 한투운용의 ACE 미국배당퀄리티가 첫 협업상품이다.
제러미 슈워츠 최고투자책임자는 “DGRW는 SCHD가 중시하는 과거 10년 이상의 배당이력보다는 배당 및 전반적 사업 성장성을 모두 반영하는 유연성을 갖췄다”며 “최근 배당을 시작한 고퀄리티 기술 성장주 편입이 가능한 것도 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 잠재력과 배당 성장을 모두 반영하는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총수익률은 물론 하락장에서 방어력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에 따르면 DGRW는 최근 5년 총수익률이 101.51%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배당 ETF인 SCHD 총수익률보다 18.72% 높았다.
슈워츠 최고투자책임자는 “한국 ETF시장 ‘갓파더’인
배재규 사장과 함께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이번 ACE 미국배당퀄리티 ETF가 한투운용과 전략적 협업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투운용은 앞서 2021년 10월 한국판 SCHD인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자산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 뒤 신한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까지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다.
▲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CE 미국배당퀄리티 상장지수펀드(ETF) 시리즈 신규 상장 세미나’에서 상품 소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현재 순자산총액으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1조9728억 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켓커버드콜2호’(9423억 원)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7480억 원)이 그 뒤를 잇는다.
한투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는 순자산이 6171억 원으로 4위에 올라있다.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월배당 ETF 순자산총액은 23조 원 수준이다. 국내 전체 ETF시장 순자산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배재규 사장은 이날 인사말도 “제가 항상 세미나에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며 “여기 와 있는 여러분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빅테크기업 투자와 배당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이번 신규 상품에 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세미나가 모두 끝난 뒤에도 행사장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투자하셔라, 빅테크 사면 된다"고 말했다. 주가가 빠질 때가 오히려 기회인데 내릴 때는 매수를 안 한다며 농담 섞인 진담을 했다.
한투운용은 9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이 15조4924억 원(8.05%)으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배 사장이 취임한 뒤 ETF 순자산은 약 12조 원 증가했고 점유율은 4% 중후반대에서 8%대로 높아졌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