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소수주주 권익과 및 중대재해 책임소재와 상관관계를 지닌 DL그룹의 '옥상옥 구조'와 관련한 비판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DL그룹이 202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뤄진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에게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DL그룹은 비상장사 대림을 정점에 두는 지배구조인데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은 커졌지만 경영의 책임 소재는 불확실한 측면이 강하다.
◆ 불명확한 경영 책임, ‘옥상옥’ 지배구조가 낳은 그림자
7일 DL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비상장사 대림→상장사 DL→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서
이해욱 회장은 비상장사 대림의 최대주주로 지분 52.3%를 소유함으로써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옥상옥’ 구조는 총수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안전문제와 같은 중대재해 발생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지배구조와 맞물려 사회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형사처벌을 포함한 책임을 묻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중대재해법 질의회신집'에 따르면 별도 법인인 계열사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본사 경영책임자는 원칙적으로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이유로 옥상옥 구조상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비상장회사 지분을 확보한 오너경영자의 경우 공기(공사기간) 단축 등 경영에 핵심적 사항을 지휘 및 압박하고도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DL이앤씨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7건의 중대재해로 8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국내 대기업 중 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으로 지목됐지만
이해욱 회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이처럼 반복된 사고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이해욱 회장을 비롯한 그룹 실세 경영진의 직접적인 책임 명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23년 12월 산업재해 청문회에 나와 안전문제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연속적 사고가 나면서 DL그룹도 협력사 근로자들과 삼위일체가 돼 사고가 날 때마다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안전의식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작업중지권)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히 중대재해 발생 때 기업 총수의 경영방침과 책임 소재를 정확히 하는 것이 노동자 안전 확보의 핵심"이라면서도 "국내 대기업들이 흔히 취하는 ‘옥상옥’ 체계는 총수의 직접 책임 규명과 감시를 가로막는 난제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비상장사 대림의 존재, 정보접근성과 감시의 벽으로 작용
DL그룹의 지배구조가 더욱 비판받는 이유는 핵심에 위치한 비상장사 대림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 회사라는 점에 있다.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이 내부 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를 비롯한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감시와 견제가 어려워지고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쉽지 않다.
이러한 구조는 ‘지배권 강화’와 ‘책임 회피’가 맞물린 공고한 체제로 큰 그림은 총수가 그리지만, 구체적 지배와 책임에서는 모호성이 커 주주와 시장의 신뢰에 반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른 지배구조 혁신과 사회적 책임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DL그룹 역시 옥상옥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대재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개선이 DL그룹의 사회적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욱 회장이 두 가지 과제, 즉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단순화 및 투명성 제고’와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 경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