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2025년 2월2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제64회 정기총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
[씨저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춰 전문경영인보다 더 금융업계를 잘 아는 오너 경영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91년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하며 현장을 경험했다. 이어 채권부, 정보기술(IT), 기획, 뉴욕사무소 등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를 배웠다.
김 회장은 현장에서 배웠던 것들과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오너체제의 강점을 도입해 한국투자금융그룹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자금융그룹으로 키웠다.
김 회장은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균형을 잘 맞추는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회에 참여해 전문경영인이 어떤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를 직접 살펴보기는 하지만 운영 권한 자체는 상당 부분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한다. 전문경영인에게 오랜 임기를 보장하고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던져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의 용인술 아래 한국투자금융지주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미래를 그리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나타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업계 최고 실적'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성환, 연임에도 성공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는데
김남구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전문경영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 대표는 2005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이래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긴 지 2년 만에 부동산금융센터장으로 승진하며 최연소 상무가 됐다. 2012년에는 최연소 전무로 한국투자증권 역사에 이름을 올렸고 2016년에는 최연소 IB(기업금융) 그룹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IB그룹장을 맡자마자 영업이익으로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록하며 명성이 허투가 아님을 증명했다. 김 회장은 김 사장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안겨줬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을 맡으며 전문 분야가 아니던 리테일 및 자산관리(WM) 분야도 경험했다.
김 대표는 개인고객그룹장이던 시절 직접 자산가들을 만나며 고객을 유치하거나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여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개인고객 금융상품 자산’ 50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김남구 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김성환 대표에게 한국투자증권을 맡기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 말 진행된 한국투자증권의 대규모 임원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
김성환 대표 내정자가) 앞으로 함께 갈 사람들을 정한 것”이라며 “(나는) 관여하지 않았고 같이 일할 사람들끼리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 또한 이러한 김 회장의 믿음을 높은 실적으로 보답하며 질주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4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1조 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1조1123억 원, 순이익은 1조 2837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86.5%, 93.3% 상승한 것이다.
▲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1월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
◆ 유상호 백여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장수 CEO들
최고경영자에게 통상 2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CEO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준 뒤 연임 여부를 해마다 결정하는 재신임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EO에게 1년의 임기만을 보장한다고 하면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한국투자금증권의 CEO에게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김남구 회장이 한 번 믿고 쓰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 덕분에 한국투자증권에는 장수한 CEO들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상호 한국투자금융지주 수석 부회장이다. 유 부회장은 메리츠증권에서 상무를 지내던 2002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끈질긴 삼고초려에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되며 업계 최연소 CEO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뒤 12년 동안 재임하며 금융업계 최장수 CEO 자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유 부회장이 대표에 취임했을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자기 자본은 1조79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유 부회장은 자기자본 투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을 자기 자본 규모 4조 원 이상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유 부회장은 이외에도 초대형 IB 인가, 발행어음 사업 진출,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신설 등 한국투자증권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확보하기도 했다.
백여현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사장도 한 회사를 12년 동안 맡아 이끌었다. 백 사장은 조직 관리와 경영 관리에 탁월한 장점을 살려 한국투자파트너스를 글로벌 벤처 캐피탈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일문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5연임을 하며 오랜 임기를 보장받았다.
정 부회장은 임기 동안 한국투자증권의 자기 자본을 4조 원에서 8조 원 수준으로 늘렸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을 2018년 기준으로 4천983억 원에서 2021년 1조4502억 원으로 확대하는 성과도 냈다.
2022년 증권업계 순이익 1위를 메리츠증권에 내주긴 했으나 2023년 596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바로 1위를 탈환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