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고성능(하이엔드) 동박 제품의 세계 수요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로부터 비롯된 공급과잉에 대응해 김 대표는 해외 설비 증설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고성능 동박 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해외 증설을 미루고 고성능 동박 수요처 확보에 집중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8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증권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현재 세계 다수 기업들과 고성능 동박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국내에서 고성능 동박을 생산해 유럽 지역 신생 배터리 업체 한 곳에 납품하고 있는데, 추가 수주 여부에 따라 말레이시아의 기존 범용 동박 생산설비를 고성능 동박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고성능 동박은 6마이크로미터 이하 두께와 고강도(50~60kg/m㎡), 고연신(연신율 12~15%)을 만족하는 제품이다. 연신율은 금속이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을 말한다.
4680(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에는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의 고성능 동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회사는 고객사의 차세대 배터리의 양산 시점에 맞춰 이르면 2025년부터 고성능 동박 공급을 시작하고, 2026년부터 고성능 동박 사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이에 맞춰 2023년 5%에 불과했던 고성능 동박 매출 비중을 올해 10%까지 늘린 뒤, 장기적으론 7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규 수주의 70%가 고성능 동박으로 납품될 예정”이라며 “향후 제품별 비중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유럽 현지에서 신생 배터리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진행하며, 고성능 동박 마케팅에 나섰다.
이어 6월 19~2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참가해 고성능 동박 제품을 선보였다.
문제는 현재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여파가 배터리 산업 전반에 퍼지고, 중국 업체들로부터 비롯된 글로벌 동박 공급 과잉으로 동박업계가 실적부진에 빠졌다는 점이다.
회사는 상반기 매출 5044억 원, 영업이익 7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39.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7% 줄었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7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스페인 몬로이치에 착공할 예정인 공장 1단계 프로젝트 완공시점을 기존 2025년 말에서 2027년 6월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스페인 몬로이치 동박 공장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회사는 고객사 재고조정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3분기 적자전환이 유력해 보인다. 이에 따라 고성능 동박 생산설비 증설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회사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고성능 동박 중심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던 해외 생산공장 증설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공장 1단계 프로젝트는 완공 시점이 기존 2025년 말에서 2027년 6월로 미뤄졌고, 올해 투자액도 기존 1800억 원에서 250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7·8공장 설비 증설 역시 2028년 말로 변경했다.
북미 공장 건립 계획도 지난 6월 최종 후보 부지 2곳을 추리긴 했으나,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변동성을 감안해 투자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캐즘 장기화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의 설비투자 완화 속도에 맞춰 생산거점 구축 계획을 늦춘 것”이라며 “고성능 동박 시장의 개화시기가 늦춰졌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은 아니다”라고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