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이라는 숙원을 풀 수 있을까?
정부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 7년 전부터 여러차례 택배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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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병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
민간 택배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농협이 이를 뚫어낼지 주목된다.
7일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우체국의 토요 휴무제 시행을 계기로 분위기가 확 달라져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체국을 주로 이용하는 농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우체국은 택배가격을 올린 데 이어 7월부터 토요일 배송을 중단해 농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농민들은 그동안 도서 산간 지역까지 배송이 가능한 우체국택배를 주로 이용했다. 또 농산물의 특성 때문에 토요일 배송이 중단되면 그 타격이 크다. 농산물은 배송과정에서 상하기 쉽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온라인쇼핑몰을 활용한 직거래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토요일 배송이 더욱 중요해졌다.
농협은 택배사업 진출이 허용되면 1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동원해 중소형 택배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업계에서 동부택배, 옐로우캡택배 등이 인수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농협은 2007년 대한통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적이 있다.
2011년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도 “택배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히며 택배사업 진출이 시도됐으나 당시 택배시장 포화를 이유로 미뤄졌다.
지난해 말에도 농협물류가 택배업 진출과 관련한 사업성 분석을 외부에 의뢰했다. 농협은 이 평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의 기반시설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물류 터미널, 영업점 등 택배사업에서 중요한 기반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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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농협의 지점을 포함한 지역 단위조합 점포는 전국 5천여 개에 이른다. 기존은행이 없는 산간벽지까지 점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조직 점포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농협은 또 물류사업에서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 농협은 2004년 설립한 농협물류로 하나로마트, NH쇼핑몰, 산지농협 등을 통해 농산물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고 전국에 33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관할로 국토교통부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화물차 증차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아울러 농산물 유통사업과 쇼핑몰 운영으로 안정적 물류량도 확보하고 있다.
물론 민간 택배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열악한 택배업계에 농협이 진출해 순식간에 대형 택배사가 될 경우 경쟁이 더욱 과열돼 작은 택배회사들은 고사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물류시장의 특성상 농협이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물량 확보를 위해 가격 하락으로 고객을 유치하려고 할 것”이라며 “경쟁업체에서 가격을 내리면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내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