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독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 김두관 전 의원이 출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 전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을 향한 '1인 독주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 리더십 다양화를 통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판도를 흔들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5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의 새로운 비전과 관련한 당대표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놓고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내 리더십 다양성과 관련한 위기론을 불식한다는 점에서 독려하는 목소리와 ‘단일 체제’에 균열은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말리는 의견이 맞서왔다.
이재명 전 대표의 최측근 가운데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 대표 단독으로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보다는 다른 분들이 나와서 경쟁하는 모습이 흥행에도 좋고 또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며 “김두관 전 의원도 영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당의 지도자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에서 김두관 전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를 만류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김두관 전 의원에게 출마를 안 하는게 좋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며 “이재명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목표인 정권교체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이처럼 김두관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말렸던 배경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올 파열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앞서 4·10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교류하면서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공천탈락'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전력이 있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쓴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정치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할 말은 하는 정치 스타일을 지녀 순회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 전 의원이 출마로 가닥을 잡을 무렵 최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100여 명의 인사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일극체제에 맞서 친문계가 세를 과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오게 되면 궁극적으로 '어대명' 판도에 균열을 가져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특히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서는 벌써부터 비판공세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두관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김두관은 예나 지금이나 본인이 원하는 소수의 민심이 전체의 민심이라 착각하는 것 같다', '나오든 말든 관심없어' 등의 격한 반응이 오가고 있다.
김 전 의원으로서는 민주당 내 반대진영의 비판에 부담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행보에서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기반을 닦아온 김 전 의원의 정치 여정을 고려할 때 꿋꿋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당의 전략공천으로 경기 김포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뒤 민주당의 불모지로 평가받는 경남 양산을 지역구로 21대 총선에 나서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22대 총선에서는 낙동강 벨트의 주요 지역인 경남 양산을에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에 밀려 석패했다.
김두관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이 전 대표의 당대표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지만 지나친 당권 집중체제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득표할 수 있는 최댓값은 75%로 본다"며 "다만 김 전 의원이 선거운동과정에서 분명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유권자에게 얼만큼 잘 전달하느냐에 따라 진폭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최 전 수석은 "김두관 전 의원이 '민주당이 이렇게 한 사람 중심으로 가선 안되며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야 더 튼실한 민주당이 된다'는 이런 메시지를 내면 호남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먹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