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는 사업비의 대부분을 빚을 내서 진행하는 기형적 구조에서 초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소한의 자기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규제와 함께 체계적 데이터가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일 발간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 표지 갈무리. <한국개발연구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에서 국내 부동산PF가 기형적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추진된 총액 100조 원 규모의 PF사업장 300여 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가 평균 3749억 원인 것과 비교해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 원만 투입했다.
전체 사업비의 3.2%만 시행사가 투입하고 나머지 96.8%는 빌린 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연구원은 “부동산PF 문제의 근본 원인은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며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한 부채 의존도는 비단 최근만의 현상이 아니며 만성적으로 지속하는 현상”이라며 “15년 전인 2009년 주요 4대 은행이 보유했던 부동산PF 대출 464건의 자기자본비율은 주택이 4.2%, 비주택이 6.0%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PF 구조를 보면 미국은 33%, 일본은 30%, 네덜란드는 35%, 호주는 40%의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처럼 건설사 등 제3자가 보증을 하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시행사가 아닌 제3자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시행사는 자신의 다른 자산을 활용해 유사시 대출을 상환하기로 약정하고 건설사 등 제3자는 사업주체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공사비만 대출받으면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브릿지론의 본PF 차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국내에서는 부동산PF 도입 때 상대적으로 시행사보다 건설사 규모가 컸던 점이 현재 기형적 구조를 낳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건설사에 부채비율을 당시 900% 수준에서 20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했고 이에 건설사가 개발사업 시행사로 나서 대규모 부채를 부담할 수 없었던 것이 부동산PF 도입의 주요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다만 당시 시행사의 규모가 매우 작은 반면 건설사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시행사가 대출을 받은 뒤 건설사가 보증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선분양 제도도 현재 PF 구조를 고착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선분양 때 수분양자가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이 공사비로 쓰이기 때문에 시행사는 토지비만 조달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연구원은 부동산PF에서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의 제3자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규제 도입이 제시됐다.
자본확충 규제가 도입되면 주택공급 물량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시장의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은 하반기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상시적 모니터링만으로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어렵고 ‘땜질식’ 처방만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국토교통부, 금융당국, 신용평가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동산신탁사 등 어느 곳도 모든 사업장에 관한 체계적 재무 및 사업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눈’이 없어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짚었다.
이어 “향후 모든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장별·회사별 재무 및 사업 정보와 성공 여부, 수익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