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대대적인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경영 효율성을 높여 매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그러나 희망퇴직 위로금 등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크게 엇갈려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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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
4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희망퇴직 신청이 시작된다. 현대증권이 지난달 28일 긴급 전체 임원회의에서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포함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이날 “생존을 위해 현 사원 급여의 34%를 줄여야 하며 급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628명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 수가 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증권 전 사원은 3천여 명으로 감축 예상인원은 전체의 20% 수준에 이른다.
현대증권은 매각과정에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런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룹은 자구안을 추진하면서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았고 인수전에 오릭스 등이 참여해 실사를 벌이고 있다. 애초 현대차그룹이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현대증권의 방만한 경영이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이는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많은 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4%로 증권업계 평균(0~1%대)을 밑돌고 있다.
현대증권은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해 경영개선 자문을 맡겼고 그 결과 매년 1113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대그룹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구조조정 효과를 매각가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매각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노사간 입장이 엇갈려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현대증권 노조는 희망퇴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희망퇴직 위로금 액수가 적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증권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은 최근 구조조정을 실시한 HMC투자증권의 3분의 1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MC의 경우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쳐 부장급 이상인 경우 2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희망퇴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 인력감축을 실시할 방침도 세워놓았다.
윤 사장은 “희망퇴직만으로 경영혁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의 경영상 해고를 실시하겠다”면서 “해고 대상자는 인사고과, 근속년수, 근태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실적악화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연결기준 영업손실 738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증권은 그러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7억4800만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131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