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대만 사업장의 조직문화를 미국 등 해외 사업장에 적용하기 어려워 인력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대만이 아닌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업무 태도 및 조직문화 차이에 따른 마찰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데다 직원들이 야간이나 주말 근무에 소극적이고 대만 직원들과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차이가 커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4일 “TSMC가 미국과 독일 등 해외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현지 인력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인력 확보와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며 내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다. 독일 반도체 공장도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건설 작업을 시작한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보다 훨씬 높은 인건비를 제시하며 해외 현지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독일 등 서방 국가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어 직원들이 야간이나 휴일 근무를 꺼린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TSMC 대만 공장 직원들은 회사의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연장 근무에 참여하는 반면 해외 직원들에는 이러한 요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중요시하지 않는 TSMC 조직문화는 주요 임원들의 과거 인터뷰 내용에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 인사 담당 임원이 “TSMC 엔지니어는 한밤중에 지진이 발생해도 곧바로 회사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자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미국 직원들의 워라밸에 대해 비판하며 “내가 젊었을 때는 일이 없다면 곧 삶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연히 기업의 이러한 요구가 해외에서 직원 채용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비영리 매체 레스트오브월드는 TSMC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20명 이상의 인물과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직원들에게 큰 압박을 주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TSMC가 지나친 연장근무를 요구한 데다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어 대만 출신 직원과 미국에서 채용한 직원들 사이 여러 마찰이 빚어졌다는 언급이 나왔다.
미국 직원들이 참여한 회의에서 모든 대화가 중국어로 진행되는 한편 업무에 필요한 문서도 중국어로만 제공되는 식의 차별이 이뤄졌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TSMC가 회사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 출신 임원들에 영어 및 문화 교육을 실시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는 인터뷰 내용도 나왔다.
미국 직원들은 TSMC를 떠나면서 “지구상에서 최악의 업무환경을 갖춘 곳”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내용이 널리 퍼질수록 TSMC가 해외 인력을 채용하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과 비슷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는 일본에서 이러한 문제를 크게 겪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 역시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할 역량을 보유한 인력 풀 자체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조직문화가 해외 사업장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