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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를 추진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까?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이노션 기업공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왔는데 그 연장선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소야대 국회에서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도록 하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 부회장의 승계작업도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역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 위한 포석 다지나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설계업무를 전담할 통합 엔지니어링센터를 내년 초에 출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주도 아래 두 회사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실무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설계인력이 서로 교류하도록 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통합 엔지니어링센터 출범을 놓고 두 회사가 합병을 포기하고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도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두 회사의 합병을 고려했다면 엔지니어링센터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를 하면 정의선 부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시가총액은 현재 5조5천억 원이 넘는다. 정 부회장은 2016년 2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11.72% 보유하고 있어 현대건설(38.62%)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6400억 원이 넘는다. 정 부회장은 이 자금을 기반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매출보다 수익성 위주로 성장을 추진하는 점도 상장을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3조2293억 원, 영업이익 198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1.6%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 거둔 순이익도 126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3.2% 증가했다.
기업이 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에 따라 공모가가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순이익을 늘리는 작업이 주식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유리하다. 금융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익 위주의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이 상장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한다.
◆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 극대화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를 통해 승계자금을 확보하려고 할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 상승은 더욱 중요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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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
현대차그룹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옛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2021년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가운데 약 30여 개의 계열사가 입주하는 대형공사다.
현대차는 7월에 공시를 통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설하는데 모두 1조4147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한전부지 지분의 55%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부지 지분을 함께 보유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지분에 따라 신축 투자금을 댈 경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에 들어갈 총 투자금은 2조57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 맡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추진단은 공사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에 공시지분을 과도하게 몰아줄 경우 정의선 부회장을 위해 일감몰아주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6:4로 공사지분을 나누려 했으나 7:3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최종 협의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현대엔지니어링이 확보하게 되는 시공금액은 7700억 수준에 이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규수주 확보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9월 초에 50.3%의 지분으로 참여한 러시아 나호드카 비료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해 단번에 2조8866억 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이 낸 매출의 40%에 이르는 금액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수주에 부진한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 위해 넘어야 할 산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실제로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만큼의 기업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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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시장에서 실적보다 높은 주식가치(밸류에이션)를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5조5천억 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4조3천억 원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비하면 무려 시가총액이 28% 가까이 높다.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는 과거에 현대엠코와 합병한 직후 장외주식시장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수혜기업으로 꼽히며 주당 120만 원대까지 급등해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을 놓고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6조1812억 원, 영업이익 3672억 원을 냈다. 같은 기간에 현대건설은 매출 10조6604억 원, 영업이익 4724억 원을 거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늘리기 위해 실적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점도 기업공개를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태 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전무는 지난해 7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원가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수익을 부풀렸다고 공개했다.
김 전 전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에 실제로 1천억~15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4천억 원으로 맞추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수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원가율 조작을 통해 3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감춘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에 공식적인 분식회계 신고가 들어가지 않아 특별감리를 받지는 않았으나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를 추진할 경우 이런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