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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여파에 아파트 전셋값 들썩, 조선시대에도 전세 갈등 있었다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04-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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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아파트 전세 수요 급증과 아파트 전세매물 감소가 겹치며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난은 비단 현대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자리잡은 역사적 산물인 만큼 과거 조선시대에도 전세 매물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 사기 여파에 아파트 전셋값 들썩, 조선시대에도 전세 갈등 있었다
▲ 노상추 일기 원본. <구미시>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세 사기의 여파로 비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이 짙어지면서 아파트 전세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3월 말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의 누적 전국 비이파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전세 비중은 29.3%였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4.7%포인트 줄은 것이다.

반면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7.8%로 2023년에 비해 1.7%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전세 선호 현상과 함께 전세 매물 희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서울시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690건이었다. 1년 전인 2023년 4월4일 전세매물 4만3333건과 비교하면 26.9% 줄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 웃돈을 들여서라도 전셋집을 구하고자 했던 전세 대란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전세가 귀해지면 웃돈을 더해 거래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웃돈을 제시하는 사람 때문에 집주인이 기존에 거주하던 사람을 쫓아낸 사례도 있었다.

조선 정조 때 무관으로 전형적인 영남 남인 집안 출신의 양반이었던 노상추가 주인공이다.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영남 남인이라는 한계로 문과 응시를 포기하고 무과에 응시해 무관으로 입신했다.

다만 노상추는 한동안 관직을 얻지 못하거나 삼수갑산으로 유명한 갑산으로 좌천이 되는 등 순탄치만은 못한 군인 생활을 보냈다.

이러한 노상추의 인생이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은 노상추의 할아버지 노계정 때문이었다. 노계정은 영남 남인 출신임에도 영조의 신임을 받아 무관 요직을 거쳐 종2품인 병마절도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사망했을 때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직접 애도의 글을 써서 보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왕의 국정 일기라고 할 수 있는 일성록 1792년 11월3일의 기록에는 정조가 노계정의 손자인 노상추를 찾아 반가워한 기록이 나온다.

정조는 “활쏘기하고 있던 차에 노상추라는 자가 눈에 띄어 일찍이 병조판서를 지낸 자에게 물었더니 바로 노계정의 손자라고 하였다”라며 “매번 찾아서 등용하려고 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자인데 그의 이름이 이번 시기에 들어 있으니 그 자는 운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상추는 이듬해인 1793년 정3품 삭주부사를 맡고 그 뒤로는 국왕의 친위대 가운데 하나인 우림위의 대장인 정3품 우림위장을 역임하는 등 비교적 순탄한 관직 생활을 보내게 된다.

노상추가 전셋집에서 쫓겨난 사건은 노상추가 정조의 눈에 들어 종3품 삭주부사를 맡아 직무를 수행하고 한양으로 돌아온 1796년에 발생했다.

그는 1796년 2월29일 자가로 보유하고 있던 초가집을 팔고 주동의 기와집으로 전세를 들어갔다. 주동은 활자를 만들어 책을 찍어 내던 주자소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지금의 충무로 일대에 해당한다.
 
전세 사기 여파에 아파트 전셋값 들썩, 조선시대에도 전세 갈등 있었다
▲ 율곡 이이 표준 영정. <한국은행>

전세보증금은 27냥으로 노비 5명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문제는 그로부터 약 40일 정도가 지난 4월10일 집주인이 갑자기 승지 허질이라는 사람에게 새로 집을 세주기로 했다며 노상추를 쫓아내려고 하면서 시작된다. 

상대가 정3품 문관인 승지이기는 했으나 노상추도 정조의 총애를 받아 무관으로서는 도달하기 힘든 정3품 지방관인 삭주부사까지 오른 몸이었다.

문제는 관직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허질이 집주인에게 제시한 금액이 노상추의 전세금보다 13냥이 많은 40냥이라는 점이었다.

더 많은 금액에 눈이 멀어 노상추를 쫓아내려는 것도 모자라 전세금까지 떼어먹으려고 드는 집주인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전세금을 지키는 것 하나뿐이었다.

노상추는 1796년 4월21일 일기에서 줄 수 있는 돈이 10냥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짜를 부리는 집주인을 향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아이들 놀이처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설득해 결국 전세금을 전부 받아냈다.

집을 나가기로 한 뒤에도 집주인은 노상추를 하루라도 빨리 내보내기 위해 위협과 구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노상추는 1796년 4월23일 쓴 일기에서 “집주인이 승지의 여자 종을 시켜서 우리 집을 위협하고 구박하게 했다고 한다”라며 “인심에 관계된 일에서 예의로 대하는 것이 사족의 처사지만 그는 의리를 모르는 사람이니 어찌 심하게 책망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탄했다.

조선시대에는 이렇듯 집을 전세로 구한 뒤 나올 때 그 돈을 돌려받는 전세제도가 상당히 흔한 풍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정원일기 영조 7년(1731년) 7월16일 기록을 보면 영조는 신하들에게 하급 군인인 장교들이 민간인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이 흔한지를 물어보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는 “군문의 제조와 대장의 집 근처에 있기 위해 집을 빌리고 직책에서 해제된 후 그 세를 돌려받거나 혹은 차후에 다시 보직될 것을 생각하고 임시로 그대로 둔다”라며 “장교가 임시로 집을 빌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로부터 7년 전인 1724년 경종 시기의 승정원일기 기록에는 조선시대에도 전전세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흥미를 끈다.

당시 형조판서였던 김일경은 경종에게 “무고죄인 최수만의 가옥을 류심이 전세로 빌리고 류심은 다시 이홍에게 전세를 줬는데 최수만이 처벌을 받은 뒤에 그의 재산이 호조에 몰수됐다”며 “이홍이 형조에 이를 소송해 류심으로부터 셋돈 120냥을 받아냈는데 류심이 사망해 그의 과부가 어쩔 수 없이 살던 집을 이홍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심의 가족이 셋돈을 모두 잃고 또 의지할 곳이 없다”며 “호조에 명령해 몰수한 가옥을 매각하고 최수만이 받은 값을 계산해 류심의 과부에게 돌려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요청하니 경종이 이를 받아들였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이자 서인의 종주인 율곡 이이의 집이 전세로 나온 적도 있었다. 

율곡전서에는 이이의 종손 가운데 누군가가 이이의 집을 전세로 내놓는 바람에 이이의 제자들의 후손들이 돈을 모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 종손에게 집을 되찾아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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