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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 증시 인공지능 주가 폭등은 거품일까

정의길 egil@hani.co.kr 2024-03-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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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 증시 인공지능 주가 폭등은 거품일까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GTC는 매년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AI 콘퍼런스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연일 신기록을 쓰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인공지능 거품'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한 미국 증시의 폭등에서 태풍의 눈은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환호가 작렬하면서, 거품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나스닥 지수는 2월29일 16091.92로 장을 마감, 2021년 11월19일 기록한 16057.44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도 다음날인 3월1일 5137.08로 사상 처음으로 5100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S&P 지수는 올해 들어서 15차례가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16274.94로 전날 마감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장중 역대 최고치도 넘어섰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구가한 1일 증시에서 AI 관련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4% 이상 올라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해, 시가총액 3위를 기록했다. 델은 AI 서버 출하가 8억 달러에 달하고, AI 서버 주문량은 40% 증가했다는 실적 발표로 3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AMD도 5% 이상 올랐다.

단연 AI가 이끄는 장세다. 엔비디아의 질주에 편승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올해 18%나 올랐다. 관련주인 AMD는 37%, 램리서치 및 브로드컴은 각각 25%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는 오픈AI가 본격적인 생성형AI 챗GPT를 출시한 이후 인공지능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 기업으로 현재 AI 태풍의 눈이 되어, 최근 증시 폭등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챗GPT가 출시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10월14일 이후 주가가 7배가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는 올해 2월21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2거래일 동안 시가총액을 2800억 달러나 추가했다.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두 배인 2조 달러로 되는 데 180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로 되는데 500일 이상 걸렸다. 엔비디아는 지난 한해 동안 시가총액이 1조5천억달러나 추가됐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주가 폭등이 심각한 거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폴로의 수석분석가 토스턴 슬록은 “현재의 AI 버블은 1990년대 기술주 버블보다도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S&P500의 상위 10대 기업은 1990년대 중반 기술주 버블 동안 상위 10대 기업보다도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1995년에 10대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는 19 내외, 버블이 절정에 오른 2000년에는 25였는데, 현재는 3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하이-테크 스트래지스트의 편집자인 프레드 히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엔비디아가 지난 2월 실적 보고를 한 뒤 그 주식의 장기 풋옵션을 구매해 하락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엔비디아가 붐이 생기고 꺼지는 것을 반복하는 회사임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엔비디아 주식은 1999년에 상장한 이후 14차례 이상이나 5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 2018년에 두 달 동안 56%나 하락했다. 2022년에는 8개월 동안 하락하다가, 챗GPT 출시로 인한 AI 붐이 터지면서 급격한 반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질주 등 AI 붐을 과거의 거품 사례로 재단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시장 전체에 거품이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때 나스닥 지수는 향후 12개월의 예상 수익에 기초한 주가수익비율이 100 이상이었다. 반면, 현재는 27이다. 2020년 말의 35에 비해서도 낮다.

버블 때에는 주가 상승에 동참하려고 쏟아지는 돈을 소화하려고 우후죽순처럼 버블에 편승하는 신기업 상장이 이뤄진다. 닷컴버블 때가 전형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아직 형성되지도 않은 시장을 상대로 구현하겠다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상장되고, 상장 직후에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그런 많은 기업들이 현재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2020년 이후 코로나 버블 때에도 스팩붐,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기업들이 상장해 시장을 달구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현재 미국 증시에서 스타트업 기업 등이나 AI 관련 기업 상장은 없고, 상장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AI 붐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가치평가가 과다하지 않고, 오히려 이전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 주식은 향후 12개월 동안의 예상 수익에 비해 32배 정도에 거래되는데, 이는 지난 2년간의 38배에 비해 낮다. S&P500은 현재 20.6배다.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폭등했는데도, 향후 주가수익비율이 낮은 것은 최근 급등한 수익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2년 10월까지 3개월동안 수익 6억8천만 달러였는데, 최근 분기에서는 122억9천만 달러로 늘었기 때문이다. 매출총이익률은 같은 기간 동안 53.6%에서 76%로 늘었다.

투자자문회사인 ‘LVW 어드바이저즈’의 대표이자 최고투자임원인 조지프 자피아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 대해 “우리는 투기적 광기라고 부를 수 없다”며 “1년 전보다도 더 낮은 주가수익비율에 거래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낙관이 우세하다. 이 주식을 담당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석가 59명 중 54명이 매수 의견을 냈다. 엔비디아 주가에 하락을 베팅하는 비율도 1%에 불과하다.

현재까지는 버블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오히려, 엔비디아 등 AI 열풍이 버블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AI 업계 내부에서 나온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하는 ‘스태이블 디퓨전’을 출시로 챗GPT에 이은 가장 대중적인 AI를 개발한 ‘스테이블 AI’의 최고경영자 에마드 모스타크는 유비에스 은행 분석가들과의 회견에서 AI를 두고 “사상 최대의 버블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이를 ‘닷 AI 버블’이라고 부르고,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평가했다. 모스타크는 AI에 필요한 총 투자는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현재는 아직 개발의 초기단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타크의 이런 발언은 AI 시장이 조만간 붕괴될 비관적 상황이 아니라 더 질주하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즉, 현재 엔비디아의 폭등은 AI 개발 단계여서 그 관련장비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것뿐이다. AI가 더 본격적으로 개발돼, AI 플랫폼 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상황이 어른거린다면, 본격적인 AI 버블이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현재의 엔비디아가 닷컴버블 초기 때 시스코와 비슷한 입지를 가진 회사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닷컴버블 초기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관련 장비 네트워크 선두주자인 시스코는 가장 먼저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보였다. 시스코 주가는 1995년에 2달러 밑이었다가, 닷컴버블이 절정이던 2000년에는 80달러에 육박했다.

닷컴버블로 시스코 외에 다른 관련장비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하하고, 닷컴버블이 꺼지자 시스코는 주가가 1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후 시스코는 주가를 착실히 회복해, 현재 약 48달러 내외로 거래된다. 시스코는 버블에 편승한 터무니없는 회사가 아니었고, 현재도 건실한 블루칩 기업이다.

엔비디아는 AI 기업이 아니다. 관련 장비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우위를 보이는 제품 경쟁력도 AI 개발이 가속화되면 경쟁 기업들과 시장을 나눌 수밖에 없다. 닷컴버블에서 진정한 승자가 시스코가 아니고 애플이나 아마존인 것처럼, AI 버블이 있다면 진정한 승자는 엔비디아라기 보다는 AI를 이용해 시장을 장악하는 플랫폼 기업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주가 폭등은 일종의 ‘AI 미니 버블’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AI 버블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 있다.

만약 AI가 더 본격적으로 개발돼, 이를 이용해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출현한다 해도, 이는 기존의 거대 플랫폼 기업에 더해 1~2개 기업을 더 추가하는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나 구글이나 아마존 등도 이미 AI 개발에 박차를 가해, 선두주자인 오픈AI의 챗GPT와 이미 겨루고 있다. 시장을 이미 장악한 기존의 빅테크 거대 플랫폼 회사들이 AI를 장착할 가능성이 크지만, 주가가 향후 수십배 폭등할 것으로 보는 무리이다.

어쩌면, AI 버블이 있다면 여기에서 이미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장에서 버블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 버블은 계속된다. 그 우려에도 시장이 더 질주하면 버블에 대한 우려는 사라진다. 보통 그 때 버블이 폭발한다. 닷컴버블, 코로나 버블, 1980년대말 일본의 버블 등이 그랬다.

거품의 한 바로미터가 된 비트코인이 다시 사상 최고치에 접근하고, 금값도 폭등하고 있다. 시장의 광기나 버블은 항상 같은 형태로만 전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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