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집중하며 인텔에 보조금이 집중되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 미국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갈수록 중요한 산업으로 부각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이 이러한 기조에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받기 더욱 유리해지며 삼성전자와 TSMC에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설비 유치를 위한 정책에 더욱 깊은 고민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 지원금으로 책정했지만 이를 통해 충분한 공급망을 갖춰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의 군사 안보를 반도체 지원법에 가장 중요한 목표로 앞세웠지만 올해 들어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시작하더라도 자국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 및 생산체계를 구축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반도체기업들이 지원을 받아 어떠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미국의 보조금을 노리고 있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빠른 산업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산업 특성상 수 년만에 환경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는 분야인 만큼 미국 정부가 보조금 책정 대상과 규모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TSMC는 가장 최신 파운드리 기술로 활용하는 3나노 미세공정을 일러도 2027년에나 미국에 설립하는 공장에 도입할 계획을 두고 있다.
대만의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최신 기술을 대만 내 연구시설 및 공장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및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로이터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첨단 반도체 수율 확보에 오래 전부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 문제가 미국 정부 보조금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TSMC와 삼성전자의 단점이 인텔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인텔은 최신 미세공정 기술을 미국 내 공장에 적극 도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아직 파운드리 사업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대형 고객사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1.8나노와 1.4나노 등 첨단 기술 상용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는 결국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인텔에게 배정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패키징 분야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부각됐다. TSMC가 생산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인텔이 패키지로 조립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로이터는 인텔이 이러한 공정을 미국에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떠오를 수 있다는 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의 분석을 전했다.
다만 인텔이 실제로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뛰어넘고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사례를 대거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기업이 인텔 파운드리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가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이유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로이터를 통해 “인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행력”이라며 “앞으로 1~2년 안에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