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1위 자리를 두고 테슬라와 경쟁하는 BYD가 오히려 테슬라와의 협업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전기차 업계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동시에 한계 업체들을 도태시켜 양강 체제를 공고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 산업에서 1위와 2위 기업이 손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들을 쫓던 업체들은 뒤처지면서 시장은 양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전기차 산업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중국 BYD(비야디) 관계자가 테슬라와 협업을 확대하길 원한다고 말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BYD가 테슬라와 협력을 늘려 중국 내 점유율을 더욱 키운다면 전기차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효과와 더불어 중국 내 한계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CNBC는 1월29일자 기사에서 “테슬라와 함께 친환경차 시장의 ‘파이’를 어떻게 늘려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BYD의 홍보 책임자 리 윤페이의 발언을 보도했다.
테슬라는 예전부터 BYD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윤페이 책임자의 발언은 두 기업이 배터리 외 다른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판매 규모를
함께 늘리자는 방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가 거론되지는 않았다.
최근 BYD는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1천억 위안(약 18조6557억 원)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고, 테슬라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이 두 분야의 협력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상대 우위를 보이는 기술을 맞교환하는 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감소한 것 역시 두 기업의 협력 필요성을 높인다.
고금리와 충전설비 부족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신차 구매를 더욱 꼼꼼히 따지다 보니 수요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
블룸버그 산하의 시장조사기관 BNEF는 2023년 글로벌 전기승용차 판매량을 전년도보다 33.3% 증가한 1400만 대(PHEV 포함)로 추정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뒤인 2021년과 2022년에는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이 각각 100%와 61.5%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요 증가세 둔화는 뚜렷해진 셈이다.
▲ 중국 관람객들이 1월28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전시된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구경하고 있다. 테슬라는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8곳의 도시에서 사이버트럭 전시회를 개최했다. 중국에는 2025년에 정식 출시된다. <연합뉴스> |
BYD와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전략으로 수요 감소세에 대응했지만 출혈 경쟁이 지속돼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의 1월30일자 보도에 따르면 BYD는 2023년에 전기차 판매고와 매출을 직전 연도와 비교해 크게 높였음에도 수익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테슬라 또한 2023년 한 해 동안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4분기 콘퍼런스을 통해 발표했다. 발표 당일 주가가 12% 이상 급락하며 시장 반응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이 가격 할인을 자제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면 수익성 향상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와 BYD와 같은 상위 기업이 협업해 하위 기업들을 밀어내고 중국 전기차 시장을 양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2023년에만 81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돼 단일 국가로는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제조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에서 2018~2020년 2년 사이에 전기차 제조에 뛰어든 업체는 200여 곳이나 된다.
이 기간 동안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는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의 재정 지원책을 펼쳤다.
이후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중앙정부의 전기차 보조금까지 종료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망주로 주목받던 웨이마(WM)를 비롯 아이웨이즈나 헝치자동차 같은 업체들이 파산신청을 하는 등 위기에 몰렸다.
이들 한계 기업들에 BYD와 테슬라 두 상위 기업의 협업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윤페이 책임자는 CNBC를 통해 “전기차 경쟁은 2~3년 동안 격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따라갈 수 없는 많은 브랜드들이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기업인 알릭스 파트너스 또한 2030년까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 가운데 살아남는 곳은 2023년의 업체 수 대비 5분의 1 가량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지 업체와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현대자동차는 어떨까.
현대차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수치라 전기차만 보면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 BYD와 테슬라의 협력으로 받을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모터스가 중국 맞춤형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질문에도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국 맞춤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