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임기 첫해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손실 2700억 원가량을 보면서 대형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강 대표는 자산관리(WM)와 전통 투자금융(IB)분야에 집중해 올해 ‘수익성 회복’에 힘을 싣는다.
▲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하나증권의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
2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3340억 원, 순손실 2670억 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홀로 적자를 냈다. 대형증권사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회성 비용을 대거 반영한 점이 실적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6500억 원 규모의 충당금과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차익결제거래(CFD) 충당금과 펀드 보상금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증권은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 부동산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단기간에 몸집을 빠르게 불렸다. 이후 부동산시장 냉각에 따라 경쟁사 대비 큰 타격을 입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강 대표는 올해 수익성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강 대표는 올해 초 신년행사에서 ‘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턴어라운드’를 올해 중점 추진 사항으로 꼽았다.
김정기 하나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하나금융지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올해 하나증권의 실적은 턴어라운드 할 것이고, 턴어라운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사진 가운데)와 임직원들이 'NEW 하나증권, 출발 2024!' 행사에 참여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나증권> |
강 대표는 전통 IB부문과 WM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그동안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부동산금융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하나증권의 연말연초 인사에도 반영됐다.
하나증권은 올해 WM과 IB부문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WM부문은 지역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본부를 신설하고 IB부문은 전통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부문을 나눠 조직을 재편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1월 IB그룹장으로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영입한 데 이어 올해 초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을 신규 선임하는 등 전통 IB부문 강화를 위한 외부인재 수혈에도 힘을 싣고 있다.
고강도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기존 부사장 6인의 퇴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하나은행 경영지원본부장, 경영지원그룹, 영업지원그룹,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쳐 2023년 1월 하나증권 대표에 올랐다. 올해 말 2년 임기가 끝나는 만큼 수익성은 개선은 강 대표 개인적으로도 연임을 위한 최대 과제가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이 지난해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한 만큼 올해 실적 개선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나증권은 2023년 증권 IB 관련 자산평가손실이 지난해 대비 4천억 원 가량 늘어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올해 더 보수적인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을 감안해도 실적 개선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도 "2024에는 하나증권 실적개선이 하나금융지주 이익증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나증권 순이익이 올해 경상적 수준으로 바로 회복하진 못하더라도 2023년 수치보다는 개선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