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01-26 16: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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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연초 증시의 부진한 흐름으로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공모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 이어 상장 후에도 시중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공모시장의 이상과열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 26일 오전 9시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현대힘스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조선기자재업체 현대힘스는 올해 들어 두 번째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오르는 것)’에 성공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한 뒤 장 막판까지 상한가를 지켰다.
현대힘스는 2008년 HD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이 현물 출자해 설립한 조선기자재 기업이다. 1월 최대 대어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에이피알의 상장 일정이 2주 가량 밀리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1월 상장주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공모주이기도 하다.
현대힘스를 비롯한 새내기주가 상장 이후 일제히 주가 급등흐름을 이어가면서 공모주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1호 상장주자 우진엔텍이 상장 첫날 따따블을 기록한 뒤에도 강세를 이어가면서 이날 공모가 대비 484.9% 높은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벤처캐피탈(VC) HB인베스트먼트도 첫날 공모가의 2배가량 높은 수준에 거래를 마감했다.
IPO 종목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거래대금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공모가 3400원 수준의 소형주 H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첫날 거래대금 1조854억 원을 기록하면서 1조 원을 넘겼다. 이는 지난해 대어 두산로보틱스 첫날 거래대금(1조2610억 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25일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12조7천억 원)의 9% 가량을 차지했다.
공모시장 분위기를 나타내는 청약 증거금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주에도 조 단위 규모의 증거금이 모이는 등 시중 자금이 공모주시장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올해 공모청약을 마친 우진엔텍(3조7천억 원), HB인베스트먼트(2조5300억 원), 현대힘스(9조7800억 원), 포스뱅크(2조3600억 원), 이닉스(10조4900억 원)가 모두 조 단위 증거금을 모았다. 5개 종목의 증거금을 합치면 28조9천억 원에 이른다.
▲ IPO시장 흥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분위기가 다소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5개사의 평균 일반청약 경쟁률은 1645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모주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스팩·코넥스·재상장 제외)인 890대 1과 비교하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써내면서 1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 이닉스, 스튜디오삼익 등 모든 기업이 공모가 희망범위를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연초 국내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IPO시장에 시중 유동성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공모주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상장 첫날 주가가 300% 급등하는 등 ‘따따블’ 사례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모든 기업이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수준에 공모가를 결정하면서 수요예측 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IPO시장 과열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초 IPO시장의 달아오른 분위기에 힘입어 대어급 종목이 등판할 경우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시장 전체 블랙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증시자금이 일부 종목에 쏠리면서 시중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정해지면서 공모시장이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가치 대비 고평가 된 공모주가 등장하는데 이에 따라 앞서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