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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중국 BYD 창업자 왕촨푸의 W.I.T(위트) 정신

이재우 sinemakid222@gmail.com 2025-04-2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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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중국 BYD 창업자 왕촨푸의 W.I.T(위트) 정신
▲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 창업자 왕촨푸 회장. 금속연구원의 공학자에서 29세 때 기업가로 변신한 그는 43세 때는 중국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최근 BYD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점유율에서 테슬라를 크게 앞섰다. < BYD >
[비즈니스포스트] W.I.T(위트). 재치(Wit) 있다는 단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W.I.T는 Whatever It Takes의 약자로, ‘무엇이든 필요한 것은 다 한다’는 뜻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끝장을 보는 결심과 태도를 강조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가 세계적인 비즈니스 코치 토니 로빈스(Tony Robbins)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 짓는 요소로 W.I.T를 든다. 로빈스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가장 큰 보상은 성취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는 끝없는 헌신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런 수준의 결심은 산도 움직일 수 있다(This level of resolve can move mountains).” 

중국 고사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연결할 만하다. 그렇다. W.I.T는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실행력에 방점을 둔 무서운 집중력과 집요함이다. 필자는 이런 W.I.T 정신을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 창업자인 왕촨푸(Wang Chuanfu·59) 회장에게서 보았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가난하게 자란 왕촨푸는 형과 형수의 도움으로 어렵게 대학 공부를 마쳤다. 대학 졸업 후엔 베이징의 한 금속연구원에서 배터리를 연구했다. 앞날이 보장된 공무원 생활, 하지만 혁신의 한계를 실감했고 관료주의에 회의를 느꼈다. 

결국 남쪽 지방인 선전(深川)으로 내려가 창업을 결심했다. 1995년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BYD를 설립할 당시 나이는 29세였다. 배터리사업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자동차산업으로 진출해 2024년엔 전 세계 전기차 시장(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점유율 1위를 이끌었다. 

그렇게 BYD는 언더독(Under dog: 약자)에서 탑독(Top dog: 강자)이 되는 데 채 30년이 걸리지 않았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왕촨푸의 인생 여정이다. 그런 그를 현미경으로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곳곳에 W.I.T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왕촨푸는 현장주의자다.

일본 소니와 산요가 세계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중국산 배터리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험실에서 그 조롱을 갈아 삼켰다. 

왕촨푸는 “수입 장비가 비싸니 우리가 직접 만들자”며 밤샘 작업을 자청했고, 공정 개선과 기계 개발에 매달렸다. 제품 설계 회의에 직접 참여하고, 배터리 셀 구조까지 꼼꼼히 챙겼다. 차량 시험주행도 직원들과 함께 했다.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해법을 찾는 리더였다.

왕촨푸는 통합주의자다.

BYD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전력 반도체(IGBT)를 자체 생산한다. 왕촨푸는 이런 강점을 살려 배터리, 모터, 전장 기술, 완성차까지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반도체를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면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BYD는 산하에 반도체 자회사(BYD Semiconductor)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강점이 있다. 비용면에서도 경쟁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왕촨푸는 장기 전략가다.

적자에 허덕이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여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것이 2003년이었다. 배터리 회사에서 자동차 제조사로의 변신이었다. 당시 주위에서는 “배터리 회사가 자동차를?”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왕촨푸는 달랐다. 그는 전기차의 미래를 정조준했다. 자동차 산업 진출 후 브랜드명(BYD)에 ‘꿈을 실현한다(Build Your Dreams)’는 철학을 담았다. 배터리 자립이 곧 전기차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리튬 자원 확보에도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직접 개발보다 투자, 지분 인수, 공급 계약 방식으로 안정적 확보에 집중했다.

왕촨푸는 조용한 실행가다.

말수가 적다. 외부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요란한 비전보다 조용한 실천을 중시한다. “Do More, Talk Less(말을 줄이고 더 행동하라)”라는 대표적 어록은 그의 실행 중심적인 경영 철학을 잘 드러내고 있다. 

BYD의 성장 역시 요란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기술을 선도할 때 BYD는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 공격보다 타이밍을 기다렸다. 배터리 안전성 문제와 내수 시장 장악부터 차근차근 구축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중국 BYD 창업자 왕촨푸의 W.I.T(위트) 정신
▲ BYD(비야디)는 차량 모델명에 한(汉), 당(唐), 송(宋), 원(元), 진(秦) 등 중국의 역사적 왕조 이름을 붙였다. 사진은 송(宋)이라 적힌 차량. 중국의 일부 네티즌은 “글로벌 시대에 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왕촨푸는 “중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 BYD >
현장주의자, 통합 주의자, 장기 전략가, 조용한 실천가, 이렇게 네 가지 측면에서 왕촨푸의 경영스타일을 쪼개어 보면 BYD의 성장사는 한마디로 ‘왕촨푸 × W.I.T’라 할 수 있다. 

그런 왕촨푸에게 드라마틱한 순간이 찾아온 건 2008년이다. 장소를 미국으로 옮겨본다. 

2008년 9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2023년 별세) 부회장은 아주 낯선 기업 하나를 버핏에게 추천했다. “중국에 BYD라는 회사가 있어요. 회장 이름은 왕촨푸. 이 사람이 좀 심상치 않아요.”

버핏은 자동차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버핏은 제조업 투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멍거는 계속해서 “왕촨푸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배터리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입니다”라고 버핏을 설득했다. 

멍거 부회장이 왕촨푸를 얼마나 신선한 인물로 봤는지는 2009년 4월13일 포천(Fortune) 인터뷰(제목: Why Warren Buffett is investing in electric car company BYD)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사람은 토머스 에디슨과 잭 웰치를 합쳐 놓은 인물입니다. (This guy is a combination of Thomas Edison and Jack Welch)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에선 에디슨과 같고, 일을 성사시키는 측면에선 웰치와 같습니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투자업계에서 보수적으로 정평이 난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BYD 주식 10%(2억7천만 달러가량)를 샀다. 버핏에겐 역사상 첫 중국 투자이자 유일한 제조업 투자였다. 

멍거의 선택은 옳았다. 타계하기 전인 2023년 언론에 “그 투자는 지금 약 80억~90억 달러의 가치로 불어났습니다. 꽤 괜찮은 수익률 아닌가요? (That’s a pretty good rate of return)”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멍거 부회장이 즐겨 쓰던 말 중 하나가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Invert, always invert)’였다. 이 말은 독일 수학자 칼 구스타프 야코비(Carl Gustav Jacobi)의 방법론에서 유래했다. 야코비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 때 전통적인 방식보다 문제를 ‘역으로 뒤집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야코비의 관점은 수학을 넘어 비즈니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고, 멍거는 이를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서 필자는 왕촨푸의 네 가지 경영 유형에 다시 하나를 추가해 본다. 바로 ‘역발상 주의자’다.  

내연기관차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사람들은 전기차가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주행거리, 충전 시간, 원가구조, 인프라 부족 등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왕촨푸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 중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뭘까?”

그랬다. 그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었고, 모터를 설계할 수 있었고, 부품을 내재화할 수 있었다. 전기차를 완성차 관점이 아니라 배터리 관점에서 바라본 순간,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남들이 실패의 조건을 말할 때, 왕촨푸는 성공의 단서를 찾아냈다. 그것이 찰리 멍거가  BYD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BYD의 행보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 그리고 보조금 등의 문제로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확산되지 못하는 캐즘(Chasm)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거기다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미국과 유럽의 관세폭탄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에선 최근 구형 모델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고떨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중국 BYD 창업자 왕촨푸의 W.I.T(위트) 정신
▲ BYD(비야디)는 최근 한국에서 TV 광고도 선보였다. 비야디의 초성 ‘ㅂㅇㄷ’를 활용하여 ‘배운다’, ‘비운다’라는 컨셉으로 브랜드 인지도 부각에 나섰다. 한국에 전시장 및 서비스 센터 15곳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전시장 모습.  
그건 그렇고, 필자는 수도권의 한 지역을 지나다가 문득 발길을 멈췄다. BYD 서비스 센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전에 BYD 본사가 있는 선전(深川)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전기차 도시(선전)의 위상이 겹쳐졌다.

“말은 줄이고 더 행동하라 (Do more and talk less).” 

왕촨푸가 실천해온 이 한마디가 이곳 한국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그랬다. 이재우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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