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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기로 결정한 뒤 삼성전자에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실용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린터사업을 미국 HP에 매각하고 해외기업 지분을 대거 처분하며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 자동차부품과 사물인터넷 등 삼성전자의 신사업과 관련된 업체를 인수하는 대규모 ‘빅딜’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비주력사업 매각해 사업재편 가속화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이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리콜 이후 삼성전자의 자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리콜비용을 만회하고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일어난 갤럭시노트7의 폭발사고에 대응해 제품을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하는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모두 1조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린터사업부를 미국 HP(휴렛팩커드)에 1조1500억 원을 받고 매각하며 일본 샤프와 미국 시게이트 등 해외업체 4곳의 보유지분도 대량으로 처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LCD와 하드디스크,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서 이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지분매각 이후 추가적인 사업확대에 점차 손을 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프린터사업과 해외업체 지분매각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면 삼성전자는 2조1760억 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기존 주력사업에서 성장여력이 한계를 맞았다고 판단했다”며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금액으로 신사업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사업재편 계획은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공식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는 동시에 발표된 것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로 최대 위기를 맞을 때 이 부회장이 나선 것은 발빠른 결정”이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으로 공백이 생겼던 삼성그룹의 리더십을 재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이건희 회장보다 입지가 약하고 그동안 뚜렷한 경영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만큼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꼽았다.
이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의 리콜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은 곧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자격을 증명해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것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험대인 셈이다.
◆ 신사업 투자 속도 낼까
이 부회장은 그동안 비주력사업을 구조조정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실용주의’를 경영방침으로 내세우고 삼성그룹의 방산사업과 화학사업 등을 매각하며 강도높은 조직 효율화작업을 이어왔다.
다음 수순은 성장전망이 밝은 신사업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며 이재용체제 삼성그룹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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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그네티마렐리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특히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가 3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만큼 사업구조에 대규모 변화를 추진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가전제품과 자동차부품, 사물인터넷 등을 미래 신사업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미국 가전업체 데이코와 클라우드업체 조이언트를 인수하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의 지분을 확보하며 이런 기조가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가 그동안 확보한 자금을 과감히 외부업체 인수합병에 사용하는 대규모 ‘빅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분야에서 모두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신사업으로 성장성을 증명하려면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대가 필수요건인 셈이다.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이탈리아 엑소르의 자동차부품 자회사 마그네티마렐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최대 3조 원 이상의 대규모 빅딜이 성사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미국 사물인터넷기업 인수에 1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사물인터넷 관련업체 인수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인공지능기업 오픈베이스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관련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나오며 19일 장중 한때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6월말 기준으로 65조 원에 이르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비주력사업 매각으로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한 만큼 투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월드는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 수습보다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개선이 이 부회장의 가장 큰 과제”라며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인수합병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