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북미 충전기 사업을 위한 생산기지를 빠르게 구축,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에 올라탈 채비를 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경기 변동성에 영향을 적게 받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확장, 안정적 수익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에서 전기차 충전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LG전자가 기존 호텔, 쇼핑몰, 리테일 매장 등에 기업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빠르게 북미 전기차 충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LG전자는 2022년 기준 호텔용 TV시장에서 점유율 32.7%를 차지했고, 디지털 사이니지(광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영업망을 폭넓게 확충해왔다.
조 사장은 기존 미국 시장에서 구축한 영업 네트워크에 새로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을 얹음으로써 외형을 빠르게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이 전기차 충전사업의 생산거점으로 미국 텍사스를 꼽은 것은 빠른 외형성장에 대한 의지와 관련 깊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연면적 5500㎡ 규모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을 구축했다.
조 사장은 텍사스가 미국에서 자동차,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해 물류와 교통인프라가 단단하게 받쳐줄 뿐만 아니라, LG전자의 예전 모바일 사업에 쓰였던 텍사스 공장을 전용할 수 있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도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텍사스를 전기차 충전사업 생산부지로 선정한 이유는 가장 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장을 건축부터 시작하면 최소 3년을 잡아야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023년 말 기준 약 400만 개에서 2030년에는 3500만 개까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은 코트라(KOTRA) 달라스 무역관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프로그램과 같은 정부의 전기차 장려책, 인프라 확충안 덕분에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기차 제조기업과 충전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정부 지원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 사업 확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모습. < LG전자 >
조 사장이 미국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에 고삐를 죄는 것은 시장 성장성뿐만 아니라 B2B사업으로서 안정적 수익창출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심화로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TV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들어서는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더해 주요 해운·물류루트인 홍해 부근의 긴장고조로 가전과 TV 등의 주요 제품 운임증가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 사장으로서는 경기 민감도가 적은 전기차 충전사업과 같은 B2B 사업을 키우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꼽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B2B 사업은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사업과 비교해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특징이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용이하다“며 ”지난해 미래비전 발표회에서 밝혔듯이 수익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축을 만족하는 전기차 충전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LG전자의 전기차 충전사업의 성장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LG유플러스, LGCNS 등과 협업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크게 키울 잠재력이 있다“며 ”LG전자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은 2027년까지 해마다 2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