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트위치의 시청자를 두고 아프리카TV와 네이버가 쟁탈전을 펼치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아프리카TV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아프리카TV가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향후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일제히 손을 들어주고 있다.
▲ 트위치 철수 결정 이후 아프리카TV 주가가 크게 오르며 치지직과의 초기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모양새다. |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위치가 한국사업 철수를 밝힌 지난달 6일 이후 이날까지 아프리카TV 주가는 55% 상승했다.
반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을 통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네이버 주가는 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스트리밍(개인방송) 플랫폼인 트위치는 한국의 망 사용료가 부담스런 수준이라며 지난달 6일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점유율 1위 트위치가 남기고 떠나는 시청자를 두고 아프리카TV와 네이버 사이에 치열한 흡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아프리카TV는 기존에 점유율 2위를 차지하던 스트리밍의 강자였으며 네이버는 치지직 서비스를 야심차게 준비하면서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초기 시장에선 아프리카TV의 기반이 탄탄하다 해도 네이버가 거대 IT 기업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며 팽팽한 경쟁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위치 철수 발표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아프리카TV의 ‘압승’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스트리밍 사업만을 영위하는 아프리카TV와 달리 네이버는 사업 영역이 방대하므로 주가에 미치는 변수가 더 다양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주가 상승률의 차이로 볼 때 트위치 철수의 혜택은 아프리카TV가 더 많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특성상 스트리머의 절대적 숫자가 많은 것보다 소수의 상위권 스트리머들을 최대한 영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프리카TV가 이에 성공하면서 초기에 승기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트위치의 인기 스트리머인 우왁굳, 이세계아이돌 등이 아프리카TV 합류를 선택했는데 이 때마다 주가가 크게 올랐다.
우왁굳의 아프리카TV 합류는 연쇄작용을 불러왔다. 기존 트위치 상위 스트리머들이 우왁굳의 전철을 밟으며 현재 기준 국내 스트리밍 시장 상위 30인 스트리머 가운데 67%가 아프리카TV로 둥지를 틀었다. 치지직을 택한 수준은 10%에 그쳤다.
우왁굳 팀의 평균 시청자수는 약 15만 명으로 기존 아프리카TV 상위 방송들의 평균 시청자 수(14만 명)를 넘어선다. 아프리카TV로서는 큰 폭의 트래픽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아프리카TV 매출의 핵심인 ‘별풍선(기부선물)’ 수수료 기여도가 높은 여성 스트리머들도 대부분 아프리카TV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지직은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명칭이 부자연스럽다는 불만이 제기되며 초기 반응이 미적지근한 상태다. 또 일부 스트리머의 친일행각 및 선정적 방송 등 초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 상향을 통해 아프리카TV의 승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치지직은 기존 트위치 대형 스트리머 유치경쟁에서 밀려나는 가운데 친일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상상인증권(11만 원->13만 원), 교보증권(10만5천 원->12만 원), 메리츠증권(10만 원->11만 원), DB금융투자(10만 원->13만5천 원) 등이 최근 아프리카TV 목표주가를 연달아 높였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위치 스트리머 및 트래픽 흡수를 통해 2분기 광고매출 본격 성장 가능성이 증대됐으며 글로벌 사업 성과도 가시화될 것이다”고 보았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아프리카TV 입장에서 경쟁사가 트위치에서 치지직으로 바뀌는 것은 오히려 기회다”며 “경쟁자 변경에 따른 이익은 높고 일부 대형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로 더 넘어오면 주가상승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아프리카TV는 현재 사명을 숲(SOOP)으로 바꾸고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실현된다면 아프리카TV가 사실상 승부를 굳히기 판으로 끌고 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승호 연구원은 “사명과 서비스명이 숲으로 변경되는 만큼 사용자 경험 및 인터페이스 개편을 통해 좀 더 폭넓은 사용자층 유입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