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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상생금융은 연중 진행형, '공공재'로 시작해 '종노릇'으로 끝났다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3-12-27 1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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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은 금융당국 압박에 2023년을 상생금융으로 채우며 인고의 한해를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은행권이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은행은 공공재’부터 소상공인 등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은행권 상생금융은 연중 진행형, '공공재'로 시작해 '종노릇'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서 시작된 상생금융 이슈가 올 한해 은행권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윤 대통령이 1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은행권은 그 결과 너나할 것 없이 취약계층을 돕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이를 둔 눈치싸움은 연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내놓은 역대 최대 규모 상생금융방안의 비용 인식 시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권이 통일된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으로 은행연과 은행권이 협의를 하고 있다”며 “금융지주 올해 실적이 나오는 2월 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21일 개인사업자 이자캐시백(환급) 등의 내용을 담은 2조 원 규모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기준으로는 순이익의 10~18% 수준의 거액을 내놓아야 하는 만큼 논의도 치열하다.

상생금융을 위해 내놓는 비용의 규모는 확정됐지만 이를 언제 인식하는지가 관건이다. 각 은행 올해 실적에 따라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용의 60%는 올해 인식하고 내년에는 40% 정도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누적실적이 양호했던 일부 금융지주는 올해 100% 선반영 주장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이러한 눈치싸움뿐 아니라 내용을 둔 불만이 흘러나온다. 세부 지침은 없는데다 지원대상이 상생금융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 지원대상인 개인사업자에는 변호사나 약사 등 고소득 전문직도 있는데 이런 사람도 지원해 주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 때문에 논의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은행 손을 빌린 ‘표심공략’ 방안이란 격한 말도 간혹 나온다.

상생금융은 올해 말까지 은행권의 주요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현재진행형인 상생금융 ‘시즌2’는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10월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원리금 대출 상환에 갖다바치는 현실은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권에 날을 세웠다.

그 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은행권을 향한 비판 흐름이 만들어졌다. 은행권은 그 결과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원 상당의 상생금융방안을 발표했다.

상생금융 ‘시즌1’도 윤 대통령의 비판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측면이 있다”고 말하며 상생금융 시작을 예고했다.
 
은행권 상생금융은 연중 진행형, '공공재'로 시작해 '종노릇'으로 끝났다
▲ 은행권의 상생금융 '시즌1'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을 방문하고 각 은행이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원장이 3월9일 서울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금융감독원>

그 뒤 이복현 금감원장이 각 은행을 순회 방문하고 찾은 은행마다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 압박은 올해 상생금융 뿐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이 겨냥한 은행권의 ‘이자장사’ 원인이 은행의 독과점적 구조에 있다고 보고 올해 초부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대략 반 년동안 운영했다. 은행시장을 경쟁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TF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제4인터넷전문은행, 스몰라이센스 도입,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 굵직한 방안을 내놨다. 

다만 올해 안으로 계획됐던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등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다.

은행권의 상생금융을 두고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여 있다. 수혜자인 골목상권이나 정부는 만족스런 눈치를 보이고 있다. 

반면 주주 관점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거세져 주주환원도 위축시킬 수 있는 ‘신관치’란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주환원 위축을 두고는 선을 그은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1일 상생금융 방안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말하는데 핵심은 지속가능경영”이라며 “중장기적 주주 이익 관점에서도 고객이 이탈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고 그 관점에서 설명하면 주주도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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