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2-12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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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 두 번째)이 12월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소통관을 떠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핵심 관계자, 이른바 ‘윤핵관’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 혁신의 총대를 맨 모양세인데 국민의힘 영남 중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최대 공신으로 여겨졌던 장 의원의 향후 거취 역시 관심사다.
장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불출마 결심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 때부터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이 오랜 고민 끝에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장 의원은 “정권이라는 게 수성이 중요한데 김기현 대표가 당 대표가 된 다음에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당 지지율이 상승곡선이 안 되면 이런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각오는 당연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보고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며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앞서 장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 험지출마·불출마 권고안으로 당을 압박하던 시기에 이에 정면에서 맞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불출마 선언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11월13일 자신의 외곽조직인 ‘여원산악회’가 경남 함양에서 연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관광버스 92대로 4200명을 모으는 등 세력을 과시하며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도 장 의원이 사상구 출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장은 11월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제원 의원한테 사상이라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아버지인 장성만 국회부의장이 사상에서 정치를 했는데 큰아들한테는 학교를 물려주고 작은아들한테는 정치를 물려준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의) 모친인 박동순 여사가 사상에 계시는데 노모가 내 시신을 밟고 가라라고 말했다”라며 “(사상구를) 떠나는 건 불효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월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으로 부산 사상 지역구에서 18대, 20대,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현 국민이흼)이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치른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경쟁자로 맞은 상황에서 돈봉투 살포 혐의가 제기되자 불출마를 선언했다.
애초 윤 대통령과 장 의원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장 의원은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정조사에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장모 최모씨의 잔고증명서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지검장의 장모가 잔고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게 밝혀졌다”며 “윤 지검장 본인의 도덕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그게 어떻게 제 도덕성의 문제냐”며 “제가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있냐”고 반박하며 맞붙었다.
다만 이 일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장 의원은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인연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둘의 관계는 매우 밀접해졌다. 장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기도 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 경선 도중 아들(장용준·노엘)의 무면허 운전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논란이 일자 실장직을 내려놓기는 했으나 윤 대통령을 계속 도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제일 먼저 장 의원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장 의원은 이후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의정활동에 전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비서실장으로 삼고 싶어 했으나 장 의원이 이를 거듭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여의도로 돌아와 친윤 의원 모임 민들레(현 국민공감) 창설을 주도했다. 그러나 같은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부딪힌 뒤 하루 만에 민들레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윤핵관 당내 갈등 책임론이 불거지자 2022년 8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계파 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몸을 사리기는 모습을 보였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사무총장설’이 돌자 2월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 당 지도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재차 선언하는 일도 있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비대위 만찬보다 앞서 진행한 국민의힘 의원 관저 초청에 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과 함께 이름을 올려 ‘윤핵관’으로 입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최근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서는 현역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돼지국밥 오찬에 참석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자리에서 정치 현안 이야기는 따로 없었으나 윤 대통령이 장 의원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이후 대통령비서실 또는 내각에 합류해 윤 대통령을 보좌하거나 2026년에 5월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부산시장으로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기에 부산시장 출마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연쇄 희생에도 물꼬가 트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김 대표와 장 의원은 올해 3월에 진행된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장연대’를 맺었다. 김 대표는 장 의원과 연대를 통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당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인요한 혁신위와 갈등 등을 겪으며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며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 불참하는 등 공개 일정 없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