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2-11 14: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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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혁신안을 보고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활동을 마쳤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혁신위 초반 거침없는 행보로 중진 물갈이라는 큰 화두를 던지며 정치권 안팎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부여받은 '전권'이 백지수표가 아니었음을 절감했고 혁신위 활동은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2월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포함해 그간 의결했던 혁신안을 종합 보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포함해 열정적으로 임해준 혁신위원 한분 한분에게 모두 감사드린다"고 혁신위의 공로를 치하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목소리에 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혁신안을 두고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 까다로운 의제도 있다"면서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헌 당규에 따라 공관위를 포함한 여러 공식기구에서 질서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혁신안의 즉각 수용을 거부하고 기존 입장대로 추후에 꾸려질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로 공을 넘겼다.
애초 혁신위는 24일까지 활동하기로 했으나 당 지도부가 혁신안 수용의 책임을 공관위로 미루면서 혁신 동력을 상실해 조기 해산하게 됐다.
인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체회의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평가를 남겼다.
앞서 인 위원장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인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혁신위의 권한 및 활동 방향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하자 인 위원장은 “무서울 정도의 전권을 부여받았다”며 화답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야권에서는 더욱 비관적으로 봤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월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기현 사장을 바지 사장으로 이야기한다면 인요한 위원장은 바지 전무 정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통합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혁신안을 내세우며 정치권을 흔들었다. 특히 당내 중진의 희생을 요구한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혁신안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까지 번져 중진의 험지 출마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외에도 인 위원장은 국회의원 특권 포기, 청년 공천 비중 확대, 전략공천 배제 및 공천 배제 기준 강화, 과학계 비례 공천 등의 혁신 과제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이 나아가야할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 당 변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송태영 충북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10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인요한 혁신위는) 이슈 메이커로 정치 현안에 대해서 국민들의 집중을 받았다”며 “개혁, 화합, 희생, 밝은 미래 이것이 정치의 본령이기도 하고 보수 가치의 기반에서 주장했기 때문에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면담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혁신위가 혁신 과제를 제시했을 뿐 당 차원의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 위원장이 결국은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 위원장이 혁신안 수용여부와 관련해 김 대표와 힘겨루기를 하다 윤심을 재확인한 김 대표에게 밀려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받아들여진 1호 혁신안 ‘징계 해제’ 또한 혜택을 입은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의 반발을 사며 당내 통합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배종호 세한대 교양학부 교수는 10일 YTN 뉴스와이드에서 “인요한 혁신위에서 6가지 혁신안을 내놨는데 받아들여진 것은 딱 한 가지(징계 해제)”라며 “인요한 혁신위가 결국 빈손 혁신위, 실패한 혁신위로 끝난다면 결국 민심은 또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실망한 민심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같은 경우는 엄청난 재앙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며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그는 혁신위원장을 맡은 직후인 10월24일 TV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해 당내 반발을 샀다. 그 뒤에도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밀실에서 대화하고 싶다’,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의 잘못’ 등의 발언을 해 설화를 자초했다.
이 전 대표는 11월16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인 위원장은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말씀하시는 게 맞다”며 “인 위원장이 ‘이준석 씨와 밀실에서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밀실 정치가 어떤 어감인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심탄회하게 비공개로 얘기하자’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사실 글로 옮겨놓고 보면 섬뜩한 말”이라며 “제가 무슨 뒷거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같지 않나”며 부연했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조기 종료한 뒤 인 위원장의 추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애초 계획대로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수행실장 자리에 이성헌 현 서대문구청장의 아들을 기용했다. 또한 당 지도부에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위한 서대문구 출마 포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로 인 위원장이 서대문갑 지역구에 공천을 받게 된다면 공천과 혁신을 맞바꿨다는 비판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마무리하며 윤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 것과 관련해 “솔직히 말해서 감사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나중에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 어떤 게 감사했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인 위원장의 서대문갑 지역구 공천을 예측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인요한 위원장께서 지금 이렇게 당을 위기로 만들어놓고 또 공천을 받으신다면 당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것”이라고 반응했다.
인 위원장은 1959년 전라남도 전주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박사 학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모가 모두 미국인이라 미국 국적을 보유했으나 한국형 구급차 앰뷸런스를 개발해 2012년 대한민국 특별귀화 1호로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정치적 성향은 보수로 분류되나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는 등 호남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뒤로는 개인 자격으로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제주 4·3 공원들도 참배했다.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만나고 이준석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에도 방문하는 등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통합’을 위한 소통 행보에 나섰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