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 6명이 발표되면서 누가 회장에 오를지 시선이 몰린다.
관료 출신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민간 출신이 대거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6명 후보 사이 크고 작은 인연도 주목을 받고 있다.
▲ 다음 은행연합회장 잠정 후보군에 포함된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6일 3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은행연합회는 원칙상 복수의 후보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올릴 수 있지만 앞선 사례에 비춰볼 때 최종 후보에는 1명만 꼽힐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장 11명과 은행연합회장 등 12명 이사회 위원이 모두 회추위에 참석하는데 위원 각자 1명씩 회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으며 여러 번 회의를 거쳐 차기 회장 최종 후보(복수 가능)를 추천한다.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23개 정회원사가 모두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선임한다.
은행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잠정 후보군에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예상과 달리 민간 출신이 후보군에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6명 후보 가운데 관료 출신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1명뿐이다. 임 전 회장은 후보군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과 관료 경험을 모두 갖췄다.
임 전 회장은 20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2007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재정경제부 제2차관 을 지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KB금융지주를 이끌었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에 이어 관료출신이 또 회장에 오르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은행연합회장은 무엇보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회 등에 업계의 입장을 잘 전달해야 하는데 관료출신은 바로 이 점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역대 은행연합회장을 봐도 관료출신 인사가 더 많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4명 가운데 민간 출신은 4명뿐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지배구조 개선, 상생금융 실천 등을 꾸준히 압박한 데다 최근 들어 은행권을 향한 비판 수위도 높아진 점 등이 맞물리면서 은행권은 무엇보다 업계의 어려움을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금융지주 회장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난 점도 후보군 구성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금융지주 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면 우선 전문성 측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얼마간 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냈던 만큼 업계가 현재 어떤 어려움에 놓여 있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민간 출신이 대거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후보들 사이 인연에도 눈길이 쏠린다.
먼저 현직에서 ‘리딩금융’ 대결을 펼치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에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경쟁하게 됐다.
▲ 다음 은행연합회장 잠정 후보군에 포함된 (왼쪽부터)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한 회원 은행들이 1명씩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런 경쟁 구도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과 조 전 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순이익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은 ‘리딩금융’ 대결에서는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윤 회장과 조 전 회장은 당초 은행연합회장 회추위가 구성되기 전부터 유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6명 후보군 가운데 가장 최근까지 업계에 몸담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윤 회장은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 회추위 과정에서 용퇴를 선언했고 올해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KB금융지주 전직, 현직 회장이 나란히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들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바로 윤종규 회장과 임영록 전 회장이다.
임 전 회장은 은행 주전산기 교체문제로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알력 다툼을 벌여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에서 내려왔다. 윤 회장이 그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르고 당시 사태를 수습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