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데 마지막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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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은 18일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을 방문해 노동조합 간부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광주공장 방문이 “통상적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인수를 앞두고 “스킨십 강화를 위한 방문” 목적이라고 재계는 바라본다.
노조 이 자리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에 참여한다면 고용을 보장해달라”며 “공장발전과 투자계획 등을 설명해달라”고 박 회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지역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의 근간”이라며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금호타이어 인수에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터미널을 통해 금호고속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헤지펀드 등에 매각해 1천억 원 상당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 인수자금으로 각각 1조 원, 4천 원 상당이 필요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박 회장이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이미 7228억 원을 썼기 때문에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이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여겨지는 만큼 박 회장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두 회사를 다시 되찾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 상장과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주관사 후보로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거명된다.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발효되면서 에어부산 상장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아예 가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원샷법의 증손자 지분법 개정이 적용되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50%로 완화한다.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증손회사인 에어부산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원샷법이 적용되면 4% 지분만 추가로 사들이면 되는 것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원샷법 적용기업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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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원샷법 적용을 받으면 에어부산 상장이 수월해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원샷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검토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어서울이 출범하면서 에어부산 상장 후 지분 전량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 원샷법, 에어서울 등의 변수로 선택의 여지가 생긴 셈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도 감지됐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지난 21일 금호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해 지난 12일 출범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 지주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 일가→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호홀딩스 지분은 박 회장이 26.09%, 박세창 사장이 19.88% 등 박 회장 일가가 45.97%를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을 금호홀딩스 이사로 선임한 것은 박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박 사장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3세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앞서 박세창 사장을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이사로 선임하면서 3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