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헬스케어 경영에서 롯데맨 이훈기 대표와 삼성전자 출신 우웅조 사업본부장의 공좍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헬스케어가 ‘
이훈기 대표이사 사장’과 ‘우웅조 사업본부장’의 역할을 확실하게 나눠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훈기 사장은 비록 헬스케어 비전문가지만 롯데맨이라는 장점을 살려 롯데그룹 수뇌부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외부 인사인 우웅조 본부장은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헬스케어 사업의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18일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롯데헬스케어가 ‘롯데맨 헬스케어 비전문가’
이훈기 사장 아래 ‘비롯데맨 헬스케어 전문가’ 우웅조 사업본부장을 두는 방식으로 경영진을 구성한 이유는 롯데헬스케어가 롯데그룹의 내에서 독특한 입지를 가진 회사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이 단 한 번도 도전해본 적 없는 헬스케어 사업을 맡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롯데그룹의 경험이 전무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다만 사업방향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보면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하고자 하는 사업은 어느 정도 정답이 나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위탁개발생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걸어간 길을 잘 걸어가기만 하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달려간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두 회사가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인천 송도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전략을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습이다.
▲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롯데그룹에서만 30년 이상 몸담은 '롯데맨'이지만 헬스케어 사업에서만큼은 비전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롯데헬스케어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이유는 롯데헬스케어의 롯데그룹 내 특별한 위치가 고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헬스케어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의 그랜드오픈 미디어데이에서 이 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롯데헬스케어> |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공장을 발판으로 삼아 2030년에는 글로벌 톱10 위탁개발생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는 다르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어떤 회사의 전략을 보고 배워야 하는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CJ그룹과 네이버, 카카오 등도 헬스케어 사업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사업분야가 모두 다른 데다 아직 가시적 성과도 없기 때문에 특정 기업을 기준으로 놓고 벤치마크하기에는 표본이 적다.
이런 점들을 놓고 봤을 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헬스케어의 초대 대표이사로 ‘헬스케어 비전문가’인
이훈기 사장을 발탁한 이유는 다소 이례적으로 보일 여지가 많다.
헬스케어 사업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를 대표로 발탁하는 것이 새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안착하는데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이 회사의 초대 수장으로 ‘바이오 전문가’인
이원직 상무를 발탁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제약해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을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 출범에 기여한 인물로 롯데그룹에 2021년 8월 영입됐다.
물론 롯데헬스케어도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었다.
롯데지주는
이원직 상무를 영입하기 2주 전에 헬스케어 전문가로 평가받는 우웅조 상무보를 삼성전자에서 데려왔다. 우 상무보가 롯데헬스케어 첫 수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유다.
그러나 신 회장은 롯데헬스케어의 초대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이훈기 사장을 선택했다. 대표 후보였던 우 상무보는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만 맡고 있다.
이 사장은 롯데그룹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롯데맨이지만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시작해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을 거쳐 롯데케미칼타이탄과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역임했을뿐 헬스케어와는 접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이 사장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는 의견이 롯데그룹 내부에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달리 헬스케어 사업은 아직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롯데그룹 수뇌부 입장에서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설득할 때 외부 전문가보다는 내부 출신 인사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비록 헬스케어를 잘 모르더라도 롯데그룹의 역사와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들에게 롯데헬스케어의 현황을 설명하고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적임자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사장은 롯데맨으로서 롯데그룹의 주축인 유통과 화학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기획조정실을 거쳤다는 점에서 전략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여겨지며 특히 호남석유화학 근무 시절 경영수업을 받던
신동빈 회장과도 관계를 맺어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로 파악된다.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맡다가 2020년 8월 실시된 비정기 임원인사에서 과거 정책본부와 같은 역할을 소화하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에 발탁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사진)은 삼성전자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오래 담당했던 헬스케어 전문가다. 그는 이훈기 사장 아래에서 실무를 진두지휘하며 이 사장이 그룹 수뇌부를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주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헬스케어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의 그랜드오픈 미디어데이에서 우 본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롯데헬스케어> |
이 사장이 수뇌부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우웅조 본부장은 이 사장에게 그 근거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오래 담당해본 만큼 시장 상황에 밝은데다 어떤 점을 차별화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서다.
이 사장과 우 본부장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는 사실은 최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헬스케어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출시 관련 미디어데이에서도 잘 드러났다.
롯데헬스케어의 중장기 비전이나 세부적 사업계획과 관련해서는 회사 대표인 이 사장보다는 우 본부장의 발언이 훨씬 많았다. 롯데헬스케어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다른 상황에 빗대어 설명하거나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던 인물도 모두 우 본부장이었다.
다만 이 사장은 롯데헬스케어가 롯데그룹 계열사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거나 대외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안을 설명하는 데 주로 시간을 할애했다.
이 사장이 추가 증자나 투자 계획과 같은 사업 외부적 얘기를 주로 했다면 우 본부장은 플랫폼의 미래나 구체적 협업 사례와 같은 실무적 얘기를 주로 했던 셈이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이 사장은 회사 대표로서 실무자들의 얘기를 종합하고 굵직한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며 “우 본부장은 헬스케어 전문가로서 회사의 실무들을 총괄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